김용옥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10월 26일 (수)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도올 김용옥 교수
▶정관용> 시사자키 2부 시작합니다. 오늘 2부 두 가지 소식인데요, EBS에서 중용 강연을 이어가던 도올 김용옥 교수. 방송국 쪽에서 조기종영해달라, 이런 요청이 왔다. 그래서 여기에 항의하는 뜻으로 오늘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혼자 1인시위를 벌였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도올 김용옥 교수 직접 전화에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지요, 김용옥 교수님?
▷김용옥> 예.
▶정관용> 심기가 좀 불편하시겠습니까?
▷김용옥> 뭐 불편할 게 있나요.
▶정관용> 그래서 제가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안 드렸어요.
▷김용옥> 예.
▶정관용> 그런데 그동안 EBS에서 중용, 인간의 맛이라고 하는 강의를 해오셨지요. 어떤 강의였습니까?
▷김용옥> 그거는 우리 조상들이고 누구든지 과거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배웠던 사서, 사서 중에 중용, 그러니까 논어, 대학, 맹자, 중용 이 4책 중에서 가장 심오한 중용이라는 고전인데 그 고전의 내용을 한문 원전에 즉해서 제가 강의를 한 거지요. 그것이 쓰기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라는 사람이 썼고, 그 안에 공자의 말씀이 많이 인용되어 있고. 그런데 그 중용의 내용이 워낙 심오해서 인류의 지혜의 경전으로서는 가히 최고봉이다, 이렇게들 인정을 하고 있는 그런 좋은 경전이지요.
▶정관용> 언제부터 이 강의를 시작하셨어요?
▷김용옥> 9월 초부터 시작했습니다.
▶정관용> 그럼 1주일에 몇 번?
▷김용옥> 월, 화. 월, 화로 10시 40분에 나갔고, 그렇게 하고 근 40분 가까운 시간으로. 그래서 그게 나갔고, 그것이 월화에 나갔던 것이 토, 일에...
▶정관용> 재방송?
▷김용옥> 다시 11시에 재방되어가지고...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9월 초부터 주2회 중용 강의를 지금 해오셨다, 이 말씀이시고요.
▷김용옥> 예.
▶정관용> 총 중용의 전체 내용을 소개하시려면 기획이 총 몇 회입니까?
▷김용옥> 이것이 36회.
▶정관용> 36회를 기획했던 것이고, 지금까지 몇 회쯤 진행된 거지요?
▷김용옥> 그러니까는 오늘, 아니, 그러니까 이번 주에 16회까지 나갔거든요.
▶정관용> 16회?
▷김용옥> 그런데 16회가 나가는 그날, 그러니까 어저께...
▶정관용> 어제요?
▷김용옥> 오후 3시에 나를 찾아오겠다고 그래서.
▶정관용> EBS 측에서?
▷김용옥> EBS 측에서 나를 찾아오겠다고 그래서 내가 뭐 지금 서로 바쁜데, 나도 편집해야 되고, 강의 준비도 바쁜데, 그냥 오지 않아도 전화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 했더니 그 담당부장이 도저히 이거는 전화로 말씀드릴 수 없는 중대한 내용이다.
▶정관용> 그래서 찾아왔어요.
▷김용옥> 그래서 찾아와서 하는 말이 내주 화요일날 18회로 거두절미 끝내야 되겠습니다. 더 이상 방송을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그게 뭔 말이냐, 그랬더니 심의실의 결정입니다. 그래서 심의실의 결정은 번복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따르셔야 됩니다. 뭐 그것밖에는 지금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심의실에서 어떻게 내 강의를 심의하고, 여태까지 편집을 쭉 해왔는데, 그랬으면 됐지 왜 강의를 중단하느냐. 더군다나 이 강의가 현재 24회까지 이미 제작이 되어 있는 상태이거든요.
▶정관용> 아, 방송된 건 16회이지만 제작은 24회까지 되어 있다?
▷김용옥> 예, 되어 있는 상태인데도 그거를 그만두고 내주 화요일로 끝내야 되겠다, 하면서.. 그랬더니 심의실에서 새로운 강의가 시작되는 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으나 일단 시작된 강의를 심의하여 그것을 폐쇄시킬 수도 있다.
▶정관용> 심의실의 권한이다?
▷김용옥> 심의실의 권한이다. 그런데 나는 방송사의 심의실이 그러한 기능이 있는 것은 몰랐다. 내가 아무리 오래 저기를 해봤어도 프로그램 자체를 심의실에서 폐쇄를 결정한다고 하는 것은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EBS 심의실 자체 결정 맞나?▶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면 김 교수님 보시기에는 왜 갑자기 이렇게 중단 통보가 왔다고 생각하세요?
▷김용옥> 그러니까는 뭐 심의실 자체에서 결정했을 리도 없고. 왜냐하면은 이렇게 중대한, 더군다나 이것이 시청률도 지금 높고, 광고도 많이 붙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좋고, 그리고 내용이 건전하고 유익하다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거기 올라가는 그 EBS 홈페이지 자체에 올라가는 오피니언들을 보면 알 수가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러한 대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을, 그리고 본인들은 항상 나한테도 이 프로그램은 완주되어야 합니다. 완주를 위해서 사소한 것은 교수님께서 양보를 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게 마땅한 일이다, 그래서, 나도 얼마든지 타협을 하마, 그렇게 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건데, 이렇게 갑자기 중단한다고 하는 것은 그 방송사에 엄청난 무리가 오는 건데, 그러한 무리한 결정을 방송사 자체의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그것은 너무도 이상한 거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외부에서 무슨 압력이 왔다고 보시는 거예요?
▷김용옥> 그러니까 외부에서 압력이 없을 수가 없겠지요. 그런... 그런데 그런 외부에서의 압력이라는 게 뭐 예를 들면 앞에서 피켓만 들어도 그게 외부 압력이 되는 거고, 전화 한방이 와도 외부 압력이 되는 거고, 편지가 뭐 격한 비판 편지가 와도 외부 압력이 되는 건데, 그런 것들이 그분들 말로는 자체 내에 여태까지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이런 표현을 썼거든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것이 도대체 가장 결정적인 압력이 뭐냐, 그거를 내가 물어봐도 그들이 나한테 얘기할 리는 만무하지요.
▶정관용> 그런데 김 교수님이 추정하시는 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면 고전 중의 고전이고, 인류 지혜의 고전이다, 라고 아까 부르셨는데, 그 강의를 하는 게 외부에서 그것 문제 있다, 라고 압력을 넣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김용옥> 그 이유라는 게 있을 수가 없는데, 그 있을 수 없는 압력을 넣는 게 지금 현실의 뭐... 상식 아니에요? (웃음)
▶정관용> 아니, 그러니까요. 현실의 상식이라 하더라도 뭔가 근거나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김용옥 교수님을 싫어하나요?
▷김용옥>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청년을 타락시켰다, 그렇게 해가지고 너 사약을 마셔라, 너 죽어줘야겠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은 트집은 잡을 수 없으나 그것 자체가 아주 진리이고 그것이 지혜의 말씀이고, 누가 들어도 좋은 말씀인데, 그 좋은 말씀이 가슴에 찔리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지요.
정부 비판한 내용도 없었다▶정관용> 아하... 혹시 강의 중에 무슨 현 정부 정책 같은 걸 비판하시거나 그렇게 하신 적 있나요?
▷김용옥> 단 1초도 없지요. 그거는 통과될 수가 없어요.
▶정관용> 그런데 그런 비판 내용이 없었는데도 뭔가 좀 싫어했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김용옥> 예를 들면은 정의롭게 살아라, 젊은이들이여 정의롭게 살자, 상식적으로 살자, 이제 이런 걸로 가득 차 있지요. 진리에 따라서 사고하자, 이런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데 그런 게 싫은 거지요.
▶정관용> 누가 싫어했다고 보세요?
▷김용옥> 그러니까 그걸... 알 수가 없지요. 그러니까는...
▶정관용> 어쨌든 EBS에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는 거로군요?
▷김용옥> 그렇지요. 그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고, 소위 가슴을 열지 않고 사는 사람들.
EBS 해명은 생거짓말▶정관용> 알겠습니다. EBS 측이 해명자료를 길게 냈기 때문에 제가 한두 가지 질문을 드리는 건데요, 다음 주로 끝내자, 라고 통보한 바가 없다. 앞으로 편성 변경을 좀 논의해 보자, 라고 했다, 그래서...
▷김용옥> 그건 거짓말이에요, 생거짓말.
▶정관용> 아, 그렇습니까?
▷김용옥> 명백하게 심의실의 결정이고 더 이상 당신은 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따라라.
▶정관용> 김 교수께서 이미 녹화된 8회 분량이 있으니까 그거 방송되는 조건으로 한번 조정을 해보면 논의해보자, 받아들일 수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는데 그것도 아닙니까?
▷김용옥> 아니, 그런 이야기는 했지요, 제가. 너무 황당하니까 지금 당신들이 나한테 와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것을 이미 녹화된 부분이라도 낼 테니까, 지금 여러 압력이 있으니까 정직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시간을 두고 교수님도 약간 양보를 하시고 이렇게 조정을 합시다, 하면은 내가 왜 그 말을 우리가 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당신들이 그렇게 고통을 받고 있다면, 조용하게 끝내달라, 그랬더니 그것도, 그런 말은 있을 수가 없는 거고, 그건 자기들이 가서 얼마든지 뭐 상의는 해보겠으나 그것은 거의 뭐...
▶정관용> 안 될 거다?
▷김용옥> 안 될 거다. 그래서 그러면 나도 최후통첩하는 수밖에 없다, 당신들 최후통첩이면 나도 최후통첩이다, 이러고 헤어진 거예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또 한 가지, 그러니까 EBS 측 자료 때문에 제가 여쭤보는 건데, EBS 심의실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교수님 강의 중에 특정 종교나 직업에 대한 비하, 또 비속어 사용 이런 문제를 쭉 지적해왔었다,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이런 주장인데,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김용옥> 아, 계속 잘랐지요, 그 사람들이. 그래서 다 잘랐어요.
비속어, 비하 발언은 다 편집됐기 때문에 문제될 수 없다▶정관용> 편집해서?
▷김용옥> 그럼요. 그 사람들이 다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자기들이 자르려면 자르는 거고, 그렇게 해왔으나 그것이 자르는 과정 자체가 내 개입 없이는 자르기가 어려워요. 이게 구조적으로. 내 프로는 고전프로라서 그게 자를 때 기술적으로 자르면 거기에 예를 들면 한문이 자막으로 들어가 있다든가 이러면 그런 걸 다 조절해야 되는데 그런 거는 그 자체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고전학 강의이기 때문에.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왔는데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해갈 수 있는데...
▷김용옥> 그렇지요.
▶정관용> 갑작스럽게 중단된 것은 뭔가 분명히 석연치 않다, 이 말씀이로군요.
▷김용옥> 석연치 않을 뿐 아니라 상식을 위반하는 거고.
▶정관용> 알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이십니까?
▷김용옥> 대응은 뭐, 내가 공부하는 사람인데 무슨 대응이 있겠어요.
▶정관용> 오늘 1인시위는 계속 하세요, 아니면 오늘로 끝내십니까?
▷김용옥> 아, 1인시위도 이제 그만 하지요. 내가 뭐 그런 거... 나는 사실은 그저 공부하는 데에만 전념하는 사람이지, 그것을, 이 사회가 왜 나같이 공부만 하기를 바라는 사람을 그렇게 어떠한 험한 데로 자꾸만 내모냐.
▶정관용> 잘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지요. 고맙습니다.
▷김용옥>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예, 김용옥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