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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칠줄 모르는 고유가행진과 경기위축, 가계소득 감소, 등록금 전세금 등 가계부담 증가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될대로 위축돼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 호황을 구가하던 백화점들은 올해 초 매출신장률이 반토막 나고 패션과 잡화 등 고급제품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어려운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30일 서울시내 한 대형백화점의 구찌 매장. 찾는 사람이 없어 매장안이 휑하다. 주부들이 많이 찾는 금요일 낮 시간대지만 매장은 텅비어 있었다. 코치와 버버리 등 다른 유럽과 미국 명품 매장들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매장의 한 직원은 "명품 메이커는 일반 브랜드에 비해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지만 올 초에는 불경기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매장의 관계자도 "최근들어 매장을 찾는 손님 숫자가 눈에 띄게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추세는 백화점 매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롯데백화점이 본점의 해외 패션상품(명품) 매출 트랜드를 분석한 결과, 올들어 지난달 26일까지 매출신장률은 8.5%로 지난해 1/4분기의 36.2%에 비해 1/5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12.4%보다도 크게 감소했다.
일반 제품들은 명품보다 더 심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액 가운데 30%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복도 지난해 말부터 3월까지 매출신장세가 둔화되는 추세였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월 매출신장률이 3.9%, 2월 4.4%였지만 3월에는 0.2%로 곤두박질쳤고 지난해 1~3월 매출신장률과 비교할 때 올해는 1.1%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3~5% 신장률, 신세계는 5.7~9.3% 신장률을 기록해 그나마 롯데보다는 실적이 나았다. 하지만 두 백화점 모두 매출 신장률은 반토막이었다.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시내 백화점의 패션 매장 한 직원은 "백화점을 찾는 고객 수가 줄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이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고도 선뜻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
중동의 정정불안으로 유가는 연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고 전세값 등 고물가와 등록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가계 가처분 소득감소, 양대선거를 앞둔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BestNocut_R]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심화되는 양극화로 인한 중산층의 감소와 각종 불확실성이 높아진데 따른 구매의욕 저하 때문"이라며 "실물경기 둔화와 심리적 영향이 동시에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매출감소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유통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백화점 업계는 명품대전, 코스메틱페어, 아웃도어대전, 골프용품 특집전 등의 형태로 판촉행사를 늘려 고객 끌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연말 세일기간을 1주일 연장하는 처방을 쓰기도 했다.
백화점 간 가격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정기세일 기간 보통 30% 내외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백화점들은 여기에 10~20%를 추가 할인하는 행사도 기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화점 협력업체들도 저가행사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