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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물감 풀은 듯...4대강이 녹조 재앙 키웠다"

경남

    "초록색 물감 풀은 듯...4대강이 녹조 재앙 키웠다"

    장하나 의원이 악취가 진동하는 썩은 녹조를 만지며 손으로 코를 움켜쥐고 있다.

     

    마치 초록색 물감으로 죽을 쒀 놓은 듯 했다.

    9일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과 환경단체가 찾은 낙동강 중하류에 위치한 합천창녕보 주변 모습은 악취가 진동하며 이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강은 온통 녹색 빛을 띄었고 물의 흐름이 더딘 지점과 강과 만나는 하천 입구는 유화 물감을 풀어 놓은 것처럼 녹조가 썩고 있었다. 거품도 일었다.

    썩은 녹조를 직접 만져본 장 의원은 코를 움켜쥐며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을 한번 봐야 한다. 국회의원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국장은 "4대강은 생명의 젖줄인데,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며 "과연 국정운영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 "거대한 호수... 물길 느려져 녹조 창궐"

    장 의원은 "4대강 16개 보로 인해 호수가 생성되면서 물이 정체돼 녹조가 창궐한 것"이라며 "이미 예견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4년 23일간 폭염이 지속됐지만 낙동강 하류에만 녹조가 나타났지 지금처럼 강 상류까지 녹조가 번지지 않았다"며 "폭염과 가뭄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발언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달 상순에서 중순까지 전국 강수량은 281.4mm로 평년(204.3mm)과 대비해 138% 증가했고, 평균 기온(25.5도)도 작년보다 0.4도 높고, 평년과는 1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은 "녹조 상당 수가 독성 물질인 남조류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는 고도 정수처리시설이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취.정수장 중 고도정수처리시설은 불과 27곳밖에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 문제로 각 지자체에서 고도 정수처리시설 예산을 배정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 환경청, "4대강 사업 영향보다는 폭염 탓"

    이에 대해 김상배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장마 이후 유례없는 무더위와 강수량 감소가 주 원인"이라고 정부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낙동강 보 가운데 달성보와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에서만 독성물질을 생산하는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낙동강환경청이 최근 측정한 낙동강 보 지점의 클로로필-a 농도는 합천창녕보가 80.8㎎/㎥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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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경보제 발령 기준으로는 상주보와 창녕함안보를 제외하고는 '조류주의보'에 해당하는 15㎎/㎥ 이상을 모두 넘어섰다.

    낙단보와 칠곡보 강정고령보, 합천창녕보의 경우 '조류경보' 수준인 남조류 세포수(5000개/㎖)와 클로로필-a(25mg/㎥) 기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김 청장은 "보는 댐이 아니기 때문에 조류경보제가 아닌, 수질예보제로 적용한다"며 "합천창녕보 같은 경우 기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수질예보제의 경우 조류경보제보다 기준이 느슨해, 가장 낮은 관리 단계인 '관심'의 클로로필-a 농도가 70㎎/㎥로 설정돼 있다.

    녹조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김 청장은 "4대강 사업의 영향보다는 폭염과 같은 다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2011년 7월 작성된 환경부 문건을 제시하며 호소 수질관리기준인 '조류경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4대강 사업 이후 하천 형상이 호소형으로 변형되고"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낙동강환경청과 수공측에 낙동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체류시간을 물었지만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다.

    ◈ "보 수문 상시 개방하고 복원 방안 마련해야"

    장 의원과 환경단체는 "결국 4대강 사업이 녹조 재앙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보가 건설되면서 4대강 사업 이전보다 물의 체류 시간이 길어져 녹조가 번지고 있다"며 "상시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천창녕보에서 상류쪽 낙동강물.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가 번져 있다.

     

    부산 카톨릭대 김좌관 교수(환경공학과)도 '4대강 녹조 현상 분석자료'를 통해 "최근 완공된 보로 인한 긴 체류시간이 낙동강 중상류까지 조류가 번지고 있다"며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수문을 개방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여야를 떠나 4대강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시민사회, 전문가 등과 함께 진정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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