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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농가 "소들은 침흘리고 농작물 다 말라죽어"

사회 일반

    구미 농가 "소들은 침흘리고 농작물 다 말라죽어"

    구미 추석 공포, 불산가스 누출 사고 예상보다 심각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박명석 이장 (한우농)

    지금 만나볼 이분은 이번 추석을 근심과 걱정으로 나신 분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이 더 필요한 분인데요. 추석 직전에 경북 구미시의 한 공장에서 불산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했었죠. 이게 처음에는 폭발사고로 알려졌었는데, 이 후 가스가 누출되면서 생긴 사고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가스누출 사고다 보니까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변 농축산물에 대한 피해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그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이분들 도대체 추석을 어떻게 나고 계시는지, 구미 연결해 보죠. 경북 구미시 봉산리의 박명석 이장 연결돼 있습니다.

    구미

     

    ◇ 김현정> '추석 연휴를 잘 나고 계십니까?' 라는 인사를 여쭙기도 그렇네요. 동네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 박명석> 지금 상당히 동네 분위기가 착잡하고 안 좋습니다.

    ◇ 김현정> 가스 냄새가 지금도 나나요?

    ◆ 박명석> 지금도 조금씩 잔여 냄새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창문도 다 닫아놓고 계시고?

    ◆ 박명석> 네.

    ◇ 김현정> 유독가스 냄새는 맡으면 맡아질 정도로 남아 있는 거예요?

    ◆ 박명석> 지금 현재는 그렇게까지 심한 건 아닌데, 나뭇잎이나 농작물에 묻어 있는 잔류냄새들이 조금 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람은 그런데 농축산물 피해가 심각하다고 들립니다. 그게 어느 정도인가요?

    ◆ 박명석> 지금 우리 동네 같은 경우는 동네 가구 수가 100가구가 되는데, 그 중에 대략 70여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어요. 그런데 반 이상 정도가 거의 초토화 상태입니다.

    ◇ 김현정> 초토화라는 말씀을 쓰실 정도예요? 어느 정도길래요?

    ◆ 박명석> 불산이 지나가고 난 뒤에 다음 날 거의 다 말라버렸어요, 농작물이.

    ◇ 김현정> 하루 만에 농작물이 마를 정도예요?

    ◆ 박명석> 하루 만에 다 말라버렸어요. 그래서 사과, 배, 대추 우리 동네는 거의 포도가 많은데 포도. 대추, 그리고 배 농사. 배 농사는 지금 거의 다 말라서 수확을 전혀 못하는 상태고 물론 다른 농작물 사과, 배 똑같습니다, 다 같이 수확은 전혀 못하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불산 가스라는 게 도대체 얼마나 독하길래, 하루 만에 농작물이 말라비틀어질 수가 있습니까?

    ◆ 박명석> 글쎄요. 저희 주민들은 그런 게 뭔지도 사실은 몰랐죠. 우리는 전혀 그런 걸 몰랐어요. 전문가들도 사실은 구미 쪽에는 그런 전문가들이 없는 걸로 저는 알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럼 지금 이 가스가 어떤 거라고 설명하던가요?

    ◆ 박명석> 일단은 전문가들이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하고, 미군 부대에서 왔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정확한 답변을 못 듣고 있어요.

    ◇ 김현정>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말라죽는 거 보고만 계시는 거예요? 지금 구청 직원들은 “방재작업 다 끝났다, 더 이상 피해가 없을 거다.”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요.

    ◆ 박명석> 글쎄요. 화학 전문가들의 얘기로는 연쇄적으로 한 3, 4일 있으면 저게 반경이 점점 넓어진답니다. 그래서 첫째 날보다 둘째 날이 심하고, 둘째 날보다 3일째가 심하고 그런 상황입니다.

    ◇ 김현정> 농작물만 그렇습니까? 아니면 축산물 피해도 있습니까?

    ◆ 박명석> 저희 집 소가 직격타를 입었는데 저희 농장하고 (사고가 난 공장이) 150m 정도 떨어져 있어요. 소가.. 뭐라고 할까 군에서 화생방 훈련을 하잖아요. 그 정도로 심하게 그렇게 됐는데 지금 소가 상당히 호흡기 계통이 많이 안 좋아요.

    ◇ 김현정>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이라고 하면 콧물과 눈물이 질질 흐르는 거잖아요. 소도 지금 그런 상태라는 말씀이세요?

    ◆ 박명석> 네. 더 심하다고 보면 되죠.

    ◇ 김현정> 검사는 해 보셨습니까?

    ◆ 박명석> 일단 검사는 했는데 축산 수의사 원장님께서는 지금 상당히 안 좋은 걸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 김현정> 몇 마리나 키우세요?

    ◆ 박명석> 그래도 추석 전에 출하를 조금 해서 지금 45두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옆집에도 저희하고 축사 1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쪽에도 40두 넘게 키우시고. 그쪽 위로 소가 한 250두 정도 키우고 있어요.

    ◇ 김현정> 지금 상태가 다 그렇습니까?

    ◆ 박명석> 거의 상태가 비슷하면서 증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수의사 분이 오셔서 약을 처방해 주고 가셨어요? 아니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얘기하세요?

    ◆ 박명석> 일단 특별한 약은 없고요. 호흡기 계통이니까 계속해서 칼슘 종류나 뿌려주고 특별하게 사람처럼 병원에 가서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니까 주사로도 그렇게 효능이 없답니다.

    ◇ 김현정> 상황이 심각하면 살처분을 해야 되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 박명석> 그 정도는...

    ◇ 김현정> 이장님 사시는 동네하고 폭발사고 있던 공장하고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겁니까?

    ◆ 박명석> 민가하고는 한 200m도 채 못 떨어져 있습니다.

    ◇ 김현정> 거기에서 몇 년 사셨어요?

    ◆ 박명석> 군에 제대해서 계속 한 30년, 27년 정도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30년 사시는 동안 이런 일이 전에도 벌어진 적이 있습니까?

    ◆ 박명석> 없었죠.

    ◇ 김현정> 공장에서 가스가 누출되면 이런 일이 발생할 거라는 것도 그동안에는 전혀 모르셨어요? 그렇게 위험한 공장이라는 것도?

    ◆ 박명석> 구미가 첨단도시라고만 알고 있었지. 이렇게 불산 같은 위험한 공장이 주위에 있다고는 전혀 생각을 안 했죠. 일반 주민들은.

    ◇ 김현정> 동산리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피해도 상당히 심각하다. 이런 얘기도 들리고 있는데.. 그나저나 먹는 물도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오던데, 괜찮나요?

    ◆ 박명석> 물은 어차피 상수도로 공급을 하니까 구미시 취수장에서 하니까 물 문제는 별로 걱정이 안 되는데, 단지 먹거리가 다 소멸됐으니까 걱정이죠. 일단 주민들한테는 판매라든지 먹는 건 일체 금하도록 그렇게 당부를 했습니다.

    ◇ 김현정> 정말 마을 주민들에게는 이번 추석이 최악의 추석, 최악의 명절이었겠어요. 어떻게 합니까? 정부 당국에 하고 싶은 말씀 마지막으로 해 주시죠.

    ◆ 박명석> 정부에서는 이런 공장도 물론 있어야 되겠지만, 민간에서 좀 떨어지고 한 곳에 모아서 집중관리가 되어야 될 것이고. 항상 이런 시스템이 미연에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을 해서 모든 일을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사고가 있던 날 대피명령은 잘 내려졌습니까?

    ◆ 박명석> 제일 먼저 제가 동네 이장을 맡고 있으니까, 제가 제일 먼저 확인을 했어요. 그래서 긴급하게 주민들은 이동을 잘 시켰습니다.

    ◇ 김현정> 그나마 대피명령이라도 잘 내려져서 더 큰 피해, 인명피해까지는 없었던 게 다행이네요.

    ◆ 박명석> 인명피해가 없는 것만으로도 지금 현재로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게 말입니다. 구미 상황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이장님,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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