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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내가? 설마!!'' 설마가 키우는 치매

    [CBS 기획] 치매는 불치병인가 ③

    치매를 앓는 부인을 남편이 살해하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치매 실종으로 사망하는 등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치매는 불치병인가?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CBS는 심각해지고 있는 치매 실태와 대책, 예방법 등을 알아보는 연속보도를 5회에 걸쳐 마련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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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안고 있을수록 커져

    얼마전 치매를 앓는 부인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생을 마감하려다 아들의 제지로 실패한 사건.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2년 전에 치매증상이 왔음에도 남편이 혼자 돌보려다 증상이 악화되면서 생긴 비극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은 치매검진과 치매치료를 좀 더 일찍, 제 때에, 적절한 과목의 진료를 받았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던 안타까운 사연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치매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상식은 화를 키우고 비극을 부른다.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체 치매환자 가운데 한 번이라도 치매 진단코드가 입력된 사람은 30%에 불과하고, 이 중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경우는 5% 남짓으로 선진국의 20% 수준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치매환자들이 검진이나 진료를 제대로 안받거나 못받고 가정이라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서서히 잊혀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은, 치매 고위험군이나 치매초기 증상을 보여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치매로 인식하기가 힘들다. 대개의 질병은 체중이 빠지는 등의 초기 증상이 있기 마련이지만 치매는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과 구분이 안된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무심코 지나치기가 쉽다.

    ''내가 설마''하는 자만심과 자존심도 경계대상이다. 서울시립 서남병원 권주영 신경과 전문의는 "치매 검진이나 치료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병원에 오는 경우는 맞지 않고, 자식들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오는 환자가 많다"고 귀띔한다.

    ◈ 간병하는 가족들의 고통이 치매를 악화시키기도

    혹시 치매 아니냐는 생각을 해도 급격히 나빠지지 않는 치매의 특성상 ''나중에'', ''나중에''를 반복하다 병을 키우기도 한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울 경우에는 치매에 대한 강한 의심이 생겨도 최종 판정때까지 소요되는 적지 않은 비용때문에 주저하기도 한다.

    때로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의 고통이 치매를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행동이 난폭해지는 치매환자를 수 년동안 옆에서 수발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결국 보호자 우울증 -> 치매환자 방치-> 치매 악화의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극단적인 선택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이동용 교수는 "보호자의 우울증 문제를 잘 도와주고, 보호자가 쉴 수 있도록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치매환자의 이상행동 등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가족들인 치매환자 조호자들을 쉴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치매환자를 주·야간으로 돌봐 줄 수 있는 시설에서 단기보호를 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입소시설이 아닌 주·야간 보호시설은 전국에 1,300여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서울이나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내려가면 주야간 보호시설은 숫자도 적고, 상태도 열악하다. [BestNocut_R]

    복지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내년도 장기요양보험 운용방향을 결정하면서 치매, 독거 노인 등의 주·야간보호 이용 활성화를 위해 요양기관에 최대 1만원까지 이동서비스 비용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치매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큰 부분은 뭐니 뭐니해도 치매는 한 가지 원인에 의한 것이고, 치료법도 없다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동영 교수는 "치매가 중한 병임에는 틀림없지만 희망이 없는 병은 아니다"며 "치매는 원인이 다양한 여러 종류의 병이고, 여러 징후와 치료방법을 갖고 있고, 완치나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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