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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 반대에도 점등한 애기봉 성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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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주민 반대에도 점등한 애기봉 성탄트리

    일부 보수 단체들 강행…주민들, '성탄트리가 아니라 전쟁트리'

    애기봉

     

    일부 보수단체들이 지난 22일 김포 지역 주민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의 반대에도 서부전선 최전방에 있는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점등했다. 지난 2010년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성탄트리가 남북 간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탈북난민과 북한구원을 위한 한국교회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들이 김포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도 서부전선 최전방에 있는 애기봉에 결국 성탄트리 점등 행사를 강행했다.

    지역 주민들은 포크레인 등을 동원해 행사 참가자들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경찰의 원천봉쇄로 뜻을 이루지 못 했다.

    이적 목사(민통선평화교회)는 "성탄절만 되면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리는 성탄트리는 절대 기독교가 말하는 성탄트리가 아니"라며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도한 김충립 목사와 60여 명의 참가자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반대 주민들 사이를 통과했다.

    김충립 목사(탈북난민과 북한구원을 위한 한국교회연합 대표)는 "예수 탄생의 의미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과 북한 동포들에게 우리 기독교와 대한민국의 정신인 온누리에 평화를 전하고자 하기 위해 성탄트리를 점등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대해서는 "우리와 생각이 다른 분들"이라며 "나는 성탄트리를 설치한다고 해서 전쟁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북한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라면 애기봉 어느 장소에라도 성탄트리 설치를 반대하지 않겠다고 제안까지 했지만, 김충립 목사는 이를 묵살했다.

    점등 행사 역시 부대 관계자가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축소해달라고 제안해 대폭 줄여 진행됐다. 또 300여 명이 참석할 것이라던 주최 측의 장담과는 달리, 60여 명만 참가했다.

    당초 김충립 목사는 행사가 끝난 뒤 현장에서 취재진들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했지만, 부대 관계자가 만류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행사가 끝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려가기도 했다.

    이번 점등 행사는 영등포교회 이름으로 추진됐지만, 행사를 주도한 단체들이 교회 이름을 빌려 사용한 것으로 교회 측은 이번 행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밝혔다. 설교를 맡은 영등포교회 방지일 원로목사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충립 목사는 점등 행사를 지난 11일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와 협의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20일에 발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군종목사를 파송하는 11개 교단으로 이루어진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는 지난 10월 트리 점등 행사를 신청했지만,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며 취소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초 다음달 2일까지 트리를 점등하기로 했지만, 긴장 국면이 조성되면 기간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기 예수는 이땅에 평화를 주러 오셨지만, 애기봉에 세워진 이 성탄트리는 평화보다 갈등과 분열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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