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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병사들의 도심 난동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전례에 비춰 이번 수사 역시 '차일피일', '유야무야'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주한미군의 무성의가 문제지만, 검찰도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4일, 전날 새벽 서울 도심에서 모형총기로 난동을 부린 혐의로 L하사(26) 등을 소환했다. 하지만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병사는 치료를 이유로 출석을 연기하고 있다. 비록 사건 발생 하룻만에 일부 미군 피의자가 경찰 소환에 응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미군범죄 수사 초기마다 보이던 미군의 수사기피 행태가 재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부사령관 명의로 주한미군의 사과도 즉각 나왔으나, 이 역시 과거 수준을 답습한 정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부사령관의 사과'는 미군범죄 때마다 등장한 레퍼토리였다. 주한미군 최고 책임자인 '사령관'의 사과가 나온 경우는 2002년 효순·미선양 사망사건, 2012년 '평택 민간인 수갑' 사건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만취상태의 미군이 절도 뒤 달아나다 경찰을 폭행한 사건이나, 지난달 초 의정부에서 미군 6명이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 때도 부사령관은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공염불이 됐다.
주한미군의 무성의한 태도에 비춰, 이번 사건에서도 미군이 결국 '시간 끌기' 행보로 수사를 기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주한미군 범죄근절 운동본부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병원 때문에 조사를 미룬 것은 전형적 시간 끌기"라며 "주한미군 범죄 수사가 초기에 바짝 진행되다 여론의 관심이 떨어지면 유야무야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도 그렇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우리 검찰이 일부 미군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데 허송세월하면서, 주한미군의 무성의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주차 차량 이동 문제를 빌미로 주한미군 헌병대가 우리 시민 3명에게 수갑을 채운, '평택 민간인 수갑' 사건은 발생 8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미군들의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경찰이 한달 가량 수사 뒤 수원지검 평택지청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이 7개월간 사건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 사건은 주한미군이 우리 시민의 인권을 침해한 데다, 우리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했다는 측면에서 당시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빨리하려고 하는데 수사 절차상 길어졌다.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게 검찰 해명이지만, 앞선 사건의 신속한 사법처리와 대조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은 2011년 마포 여고생 성폭행 사건을 저지른 미군은 송치 한달만에, 같은 해 동두천 여고생 성폭행 사건의 미군 피의자는 송치 12일만에 각각 구속기소했다.
[BestNocut_R]박정경수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에서 미군들이 진짜 총을 쐈는지 장난감 총을 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 시민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문제"라며 "검찰이 분명한 사법처리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검찰이 미군범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