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보유한 데 대해 보도자료를 내 해명했다.
전씨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1989년 미국 유학생활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 생활비 등을 관련 은행의 권유에 따라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재산을 외국으로 반출한 사실도 없고 현재 외국에 보유 중인 금융자산은 전혀 없다"며 부친과 전혀 관련이 없고, 탈세나 재산은닉을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씨의 해명은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
전씨의 주장대로라면 학비와 생활비를 예치해둔 은행의 권유에 따라 이 돈을 싱가포르로 이전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이 된다.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은행이 자사에 예치한 돈을 다른 나라로 옮기도록 권유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15년이 지난 시점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까지 세워가며 돈을 옮겨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또 탈세와 재산은닉이 목적이 아니라면 은행 송금을 하면서 왜 굳이 페이퍼컴퍼니를 세워야 했는지 마땅한 설명도 없다.
특히 전씨가 ''블루아도니스 코포레이션''이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2004년 7월 28일은 전씨 일가가 전두환 전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전두환 전대통령 일가는 수백억 원대의 괴자금을 보유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이순자씨는 그해 5월 검찰에 전격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차남 재용씨는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 73억 원을 불법 증여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기도 했다.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하면 전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은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될 때 진행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온 가족이 검찰 조사로 정신이 없을 상황에서 단지 은행이 권유한다는 이유로 유령회사까지 만들어 멀쩡한 돈을 다른 나라로 옮겼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수긍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전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페이퍼컴퍼니는 검찰 수사를 피해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것이란 의혹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더 나아가 전씨가 페이퍼컴퍼니와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이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10년 전 유학 자금을 끌어들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씨의 재산은 자신이 대표인 시공사 지분과 부동산 등 드러난 것만 최소 600억 원이 넘는다.
변변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전씨가 어떻게 이 많은 재산을 소유하게 됐는지 밝혀진 것은 없다.[BestNocut_R]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불법으로 물려받았을 것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검찰과 국세청이 곧 이 회사의 실체와 자금 흐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