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농민의 손을 떠난 농축산물이 중간 도매상 등 6~7단계를 거쳐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확 뜯어 고치겠다며 지난 5월27일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생산자는 5% 이상 더 받고, 소비자는 10% 이상 덜 내는 착한 유통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매시장과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을 통해 공급되는 지금의 유통 구조를 하루아침에 줄이기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 현장에서는 유통구조의 변화 바람이 느린 것 같지만 빠르게 소비자 곁을 찾아가고 있다.
◈ 소비자 곁을 찾아가는 직거래 유통현재 국내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의 53%는 도매시장을 거쳐 유통되고, 나머지는 대형유통업체(31%)와 생산자단체 유통계열화(12%), 직거래(4%)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숫자로 보는 직거래 유통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아파트 단지와 교회, 공공시설 등에 상설 직거래 장터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소비자 식탁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그동안 생산자 중심의 직거래 장터가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농산물 직거래장터는 생산자가 개설한 장터에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구조였지만 올해 부터는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장터가 많이 생기고 있다.
◈ 자치단체 직거래장터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운영할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으며, 각 기초자치단체별로 다양한 직거래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경북 구미시 직거래장터는 체계적인 운영과 엄격한 품질 관리로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구미시 금오산 주차장에서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직거래장터는 지역 농민들이 직접 참여해 신선한 농산물을 시중 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또, 전북 익산시의 ‘토요 어울림장터’와 부산시 ‘경마공원 직거래장터’, 충북 증평군 ‘토요장터’도 상설 직거래 장터로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CBS 착한 직거래장터'CBS 착한 직거래장터'는 도시지역 중대형 교회에 직거래 장터를 개설해 교인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누구나 손쉽게 알뜰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 한소망 교회에서 열린 직거래장터는 2천여 명의 교인과 주민들이 방문해 성황을 이루었다.
전국 20여개 농가가 산지에서 막 수확한 햅쌀과 채소, 과일, 축산물 등을 시중가격 보다 최소 2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해, 하루 매출이 3천만 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더구나 CBS 착한 직거래장터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전국 80여개 교회와 공공시설에서 상설 장터로 운영돼 도시지역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 대형마트 직거래장터이뿐 아니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도 인기를 얻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3일 롯데마트 대전 대덕테크노밸리점에서 직거래 장터를 운영한데 이어, 27일에는 홈플러스 경기 부천상동점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열리는 직거래장터는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열리는 상설 장터로 주차장과 화장실 등 마트 시설을 그대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직거래장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로컬푸드 직매장’...생산지에서 직접 구입한다최근 전국적으로 ‘로컬푸드 직매장’ 열풍이 불고 있다.
생산지에 직접 매장을 설치해 놓고, 주변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RELNEWS:right}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의 경우 30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농민들이 직접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고 포장과 진열, 재고 관리까지 원 스톱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아침에 생산한 농산물을 번듯한 매장에서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용진농협 로컬푸드는 지난해 모두 47억 원 어치의 농산물을 판매해, 기존 용진농협에서 운영하던 하나로마트의 매출액 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입을 올렸다.
농림축산식품부 변상문 서기관은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도시별로 직거래장터가 활성화돼 있어, 소비자들이 싱싱한 농축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언제든지 사서 먹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 찾아가는 상설 직거래장터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 서기관은 또 “현재 국내 농축산물 유통 물량 가운데 직거래를 통한 물량은 4%에 지나지 않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5년 안에 10%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