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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안해오거나 지각하거나 잘못했을 때 맞아요.", "지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으로 시험을 봐서 틀린 갯수만큼 맞아요." 지난 14일 서울 강남의 유명 A학원 앞에서 만난 김모(12) 양과 정모(11) 양. 1년 이상 이 학원을 다닌 두 학생은 체벌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정 양은 "선생님이 때리면 무섭다"며 "성적이 오르는 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김 양은 "체벌이 무섭긴 하지만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니 괜찮다"고 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여전히 체벌을 당하고 있다.
학교가 아닌 사교육 기관인 학원에서다.
이달초 서울시교육청이 학원내 체벌시 엄단 방침을 밝혔지만, 이를 비웃듯 강남을 비롯한 주요 학원가에서 공공연하게 체벌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강남의 또다른 유명 B학원에서 만난 강모(15) 군도 "숙제가 많은데 다 못해서 맞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지각이나 무단결석을 하면 1차 체벌 경고가 나가고, 이후에도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면 체벌이 가해진다는 게 학생들의 얘기다.
다만 강 군은 "선생님이 매를 들면 무섭긴 하지만 별로 아프지는 않다"고 했다.
박모(16) 군도 "수업을 성실히 잘 따르면 맞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서울시 조례는 ''학원 등 교습을 이유로 학습자의 신체 정신상의 자유로운 활동을 강제로 제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도구나 신체를 이용해 고통을 가하는 방식''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 체벌이 사실상 사라진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학원에서 체벌이나 가혹행위가 이뤄질 경우 강사를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가발하는 한편, 해당 학원도 제재하기로 했다.
또 한국학원총연합회와 한국교습소총연합회 등 관련 단체에도 공문을 보내, 강사들에게 환기시킬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당장 실효성 문제가 지적된다.
학원 체벌의 경우 민원이나 신고가 있어야 적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적발하려면 체벌 장면을 목격해야 하는데 수많은 학원을 일일이 지키고 있을 수 있겠느냐"며 "당사자가 문제 제기하지 않는 이상 먼저 단속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적 향상''이 최대 관심사인 학부모들은 보통 체벌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문제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다.
성적에 민감한 학생들 역시 학원 체벌에 관대하긴 마찬가지다.
학교에선 교사가 손만 들어도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신고하는 요즘이지만, 학원엔 부모들이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있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 스스로도 자신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성적'' 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