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왼쪽)는 정성룡이 차지하고 있던 축구대표팀 주전 골키퍼 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협이다. 황진환기자
최근 ‘홍명보호’의 가장 큰 이슈는 4경기에서 1골에 그치고 있는 빈곤한 골 결정력과 3무1패로 부진한 대표팀의 첫 승 여부다. 오죽하면 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친선경기의 상대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74위의 아이티가 확정되자 약체를 상대로 골 넣고 이겼다는 생색을 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뒤따랐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눈은 단순히 승리, 그리고 골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 본선을 1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만큼 여유를 갖고 세계적 수준의 팀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홍명보 감독 부임 후 축구대표팀의 최대 화두는 바로 ‘경쟁’이다. 대표팀 내 주전 경쟁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브라질월드컵을 1년 앞두고 감독이 교체되면서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심지어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까지 지키려는 정성룡과 빼앗으려는 김승규가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성룡은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축구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줄곧 골문을 지켰던 이운재를 밀어낸 정성룡은 굳건하게 ‘대한민국 최고의 골키퍼’라는 자신의 자리를 이어왔다.
정성룡의 독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다음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어린 후배들의 도전을 온 몸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룡이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다소 부진한 반면, 김승규는 대표팀의 ‘No.2 골키퍼’였던 김영광마저 밀어내고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승규의 올 시즌 리그 기록은 단연 압도적이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좀처럼 변화가 적은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에도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정성룡과 김승규의 건강한 경쟁을 통해 대표팀 골문 강화 효과를 노리는 것. 홍 감독의 작전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정성룡은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브라질월드컵으로 가는 과정 속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아공월드컵이 생각난다는 그는 “지금이 중요한 때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성룡이 형과의 격차를 좁히고 싶다”고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김승규는 “페루전 무실점 경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요즘에는 연습하면서 골 먹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강한 경쟁심을 감추지 않았다.
아이티와 크로아티아전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은 열띤 골키퍼 경쟁에 또 한 명을 추가했다. 바로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의 주전 골키퍼 김진현이다. 과거 축구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김진현 역시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에 높은 점수를 얻어 홍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