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영혼을 굽어 살피사 큰 사랑으로 거두어주시고 그가 그렇게 갈망했던 이 땅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부끄럽게 살아남은 자들이 일대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하시옵소서."
서울역 광장을 인파가 가득한 채운 채 고(故) 이남종(40) 씨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 씨는 2013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숨졌다.
고(故) 이남종 씨의 운구행렬이 '故 이남종 열사 민주시민장 영결식'을 위해 4일 오전 서울 동자동 서울역 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 이번 영결식은 600여 명(경찰추산 400명)의 추모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고인의 종교에 따라 기독교 식으로 치러졌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200여 석의 좌석은 오전 9시 30분 영결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가득 찼다.
광장 곳곳에는 영결식을 함께 하려는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서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고인의 절규가 우리를 일으켜 세웠다"며 "이남종 열사의 헌신에 힙입어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달라. 동지의 희생이 밑거름되어 이제 더 이상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조사를 낭독했다.
이어 백은종 서울의 소리 대표도 "정의를 행함에 있어 두려와 말라는 게 열사의 마지막 유언이었다"며 "삼가 부정에 침묵하는 대한민국을 깨우기 위해 희생하신 열사의 명복을 빈다. 더는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이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고인의 뜻을 기렸다.
(송은석 기자)
유족들은 터져나오는 슬픔을 참지 못했다. 시민들도 길을 멈추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고인의 동생 이상영씨는 이날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올리며 끝내 오열했다. 이 씨는 흐느끼며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형님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남아서 해야 할 몫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정의로운 사회, 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위한 파수꾼이 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故 이남종 열사 민주시민장 영결식'이 열린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광장에서 운구행렬이 광주로 향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이날 영결식은 1시간 쯤 진행된 뒤 마무리됐다. 추모객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무대로 올라와 헌화 행렬을 이었다.
이 씨는 이후 고향인 광주로 운구돼 오후 3시 30분 광주 금남로에서 노제를 치른 뒤 오후 5시 망월동 민주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