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힐링의 해였다. 아웃도어 시장은 야외활동을 통해 힐링을 강조했고, 뷰티시장은 자연 그대로의 힐링을 내세웠다. 도서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자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 에세이가 불티나게 팔렸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았으니 이제 행복해질 시간이다. '행복.' 2014년을 장식할 키워드다.
탄산음료 코카콜라의 모토는 'Open Happiness'다. 2012년 독일 코카콜라 광고를 보자. 강렬한 레드 바탕에 화이트 로고가 등장한다.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코카콜라 로고가 '미소'를 띤다. 로고 하나로 행복을 주는 브랜드를 표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광고는 2012년 칸국제광고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14년에는 코카콜라가 행복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겠다. 2013년이 힐링의 해였다면, 2014년은 행복의 한해가 될 것으로 보여서다. 대한민국 사회가 내적치유에서 한걸음 나아가 행복을 추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2014년은 행복한 상황이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4년 국내 경제성장율을 3.4%로 전망했다. 잠재성장율(3.5%)보다 낮은 수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내적으로 가계부채 감축, 경제민주화 입법 등의 영향으로 소비ㆍ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4년에도 살림은 여전히 팍팍할 거라는 얘기다. 그런데 사회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이유가 뭘까.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는 그 이유를 「라이프트렌드 2014」 이렇게 분석했다. "여전히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지만 우리는 좀 더 즐겁고, 행복해지려 애쓴다. 경기침체를 타파하는 방법이다. 이런 이유로 일상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새로운 소비를 설명하는 배경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즐겁고 재미있게 살려는 태도가 사회 곳곳에 흐를 것이란 뜻이다.
그의 이런 설명은 출판시장의 변화와 맞아떨어진다. 최근 출판계에는 행복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상반기만 해도 베스트셀러 10위권에는 '위로와 공감'이 가득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스님)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강세형)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김난도)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하반기는 달랐다.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야기가 상위권을 장악했다. 「꾸빼씨의 행복여행」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이 독자들의 눈과 손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결과가 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6억건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 2013년 11월 발표한 자료를 보자. 2011년 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트위터, 블로그, 온라인뉴스 등의 단어를 분석한 결과 '현재' '일상' '퇴근 후' '소소하다' '지르다(소액 충동구매)' '혼자' 등 20개의 단어가 큰 증가폭을 보였다. 공통점은 일상적인 단어라는 거다. 이념이나 정치 등 거대 담론이 아니라 개인의 작은 행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산업계의 행보에서도 '행복과 일상'을 읽을 수 있다. SK그룹은 최근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의 광고를 통해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워라' '지속가능한 행복, 행복도시락'을 말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사회책임경영위원회 산하 서민금융추진단을 신설하고 서민 행복을 위한 금융정책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