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한 아파트 전셋집에 층간소음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박원순 서울시장은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직접 두드림 게시판을 들고와 "어제 아이 돌잔치였는데 시끄러워 죄송했다"는 이런 메모 한장을 아파트 현관문에 붙여주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며 갈등 해결 솔루션은 결국 소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서울시청 6층 집무실에서 열린 CBS노컷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지난해 말까지 서울시 부채를 3조원 줄였다며 올해말까지의 7조 감축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지방정부에 복지예산 부담을 떠넘기는 국회와 중앙정부의 행태에 불만을 표시했다.
-새해 서울 시정의 밑그림은. "현안은 해결하고 갈등은 줄이는 1단계가 마무리됐다. 지하철 9호선·동대문 디자인플라자·세빛둥둥섬 등이 그것이다. 취임때 26%였던 복지예산을 32%로 늘려 2단계 과제인 삶의 질도 높였다. 시민 복지 기준선·희망온돌 프로젝트·건강 36.5도 정책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미래의 초석을 쌓는 3단계를 본격 추진한다. 2030 플랜·경전철·마이스산업 등 우리가 가야 할 정책의 큰 방향을 세우고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가는 한해가 될것이다."
-지난해까지 서울시 빚을 3조원이나 줄였다.
"솔직히 처음엔 공약 잘못했구나 생각했다. 임대주택 8만채를 짓고 채무를 7조 줄인다는 공약을 두고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8만채는 92%까지 됐고, 7조는 올 연말을 기준으로 6조5000억원을 감축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SH공사의 매각 부동산 대금이 순차적으로 들어온다. 지금 전망으로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가능한 것이 가능한 것이 됐다. 놀라운 일이다. 전적으로 직원들이 열심히 뛴 덕택이다."
-복지예산이 가장 큰 골칫거리 같은데. "그렇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세수는 줄고 지출은 늘어났다. 그 정도라면 아낄것 아끼고 수익사업을 벌여 대충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국회나 중앙정부가 선심을 쓰고 지방정부에게 돈을 떠넘기는 일이다. 대표적인게 무상보육이다.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서울시가 80%를 부담하라는 것, 이것 자체가 문제다. 우리는 60%대 40%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는데, 결국은 65%대 35%가 됐다. 이 때문에 올해 당장 600억원의 무상보육 예산이 펑크 나게 생겼다. 기초노령연금도 올해 1000억원 정도 늘어난다. 전국적인 보편적 복지는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한 자치단체장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출장소'란 푸념이 빈말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을 집행만 하는 예전의 관선시장 시대와 무엇이 다른가."
-'올빼미 버스' 등이 빅히트를 쳤다. "(사무실에 가득 쌓여있는 파일뭉치를 가리키며) 저것들이 모두 시민을 감동시킬 재료들이다.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정책 아이디어들이 직원들로부터 나온다. 요즘은 정말 칭찬하기 바쁘다. 지금은 집단 지성의 시대다. 시민 머리속에도 기가막힌 묘안이 많다. 이것을 서울의 현실에 맞게 적용하면 감동행정이 되는 거다. 재래시장 주변에 점심시간·명절 때 주차를 허용해 매출을 증대시킨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시민청도 마찬가지다. 세미나를 하고, 장터를 열고, 결혼식을 올리는 등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놀이터'가 됐다."
-뉴타운 출구전략은 제대로 되고 있나.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전면 철거형 재개발 정책은 사실 무리가 많다. 주민동의에 기초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큰 피해를 줬고, 동시에 획일적인 도시 미관도 문제였다. 더욱이 최근에는 수익성과 사업성이 떨어져 거의 중단 상태에 있다. 최근까지 100곳 넘게 해제됐다. 투입한 매몰비용을 건설사가 스스로 포기하면 일부를 세금감면으로 보전해주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됐으니 해제가 더 가속화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 보는가. "중앙정부는 우리의 갑이다. 함부로 왜 평가합니까, 손해보는 일을…(웃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입장이나 생각은 있지만, 나는 서울시장 아닌가. 가능하면 중앙정부와 협력해서 예산을 따와야한다. 아부라도 해서 그렇게 해야한다. 그래야 시민들에게 행복한 정책을 선물할 수 있다. 서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화평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을 상대로 험담하는 건 안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집무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희망 메시지중 하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차기시장 도전 선언도 했다. 야권 연대 가능하다고 생각되나. "2년 8개월 했으니까 '그만해' 그렇게 생각할지, 아니면 괜찮게 했으니까 '한번은 더해봐' 그렇게 할지 시민들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겠나.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같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 가늠이 안된다. 선거일까지 아직 5개월 남았으니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겠는가. 다만 세상 사는 이치에는 상식과 합리라는게 있지 않나.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서로 무리하기 보다는 결국 합리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가게되지 않을까 믿고 있다."
-남편과 아빠로서 스스로에 대한 점수를 매기면. "나보다 가족에게 물어봐야 하는것 아닌가. 좋은 점수는 안나올 것이다. 집안일도 많이 도와야 하는데 아직 몸이 안움직여지고 적응도 안되고…. 그래도 요즘은 좀 나아졌다. 지금이 전환기인 것 같다."
-새로얻은 전셋집(지난해 12월 서울시장 임시공관을 은평뉴타운 아파트로 옮김) 어떤가. 요즘 문제되는 층간소음은 없나. "층간소음은 없다. SH공사에서 잘 지었다. 반려견 '대박이'도 데리고 왔는데 이 녀석의 생존본능이 놀랍다. 예전 혜화동 공관에선 그렇게 짖더니 이곳에 오더니 안짖는다. (출입문 왼쪽에 있는 소통 게시판을 가지고 오며) 층간소음은 이 두드림 게시판 하나면 간단히 해결된다. '어제 아이 돌잔치였는데 시끄러워 죄송했다'는 메모라도 붙여주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있나. 갈등 해결 솔루션은 바로 이같은 소통이다. 서울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외형적인 시설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새로운 공동체 삶이 변화를 주도하는 도시다. 그것이 21세기 우리가 가야하는 삶의 방향이기도 한다. 살벌하고 상처가 되는 폭력도시가 아닌, 함께 꿈을 꾸고 실현해 나가는 사랑의 도시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이웃들과 많이 친해졌나. "현행 선거법 때문에 이사떡도 못돌렸는데 오히려 주민들이 먹을거리를 만들어왔다. 정말 고마웠다. 시장집이라고 가끔 민원시위도 하니깐 시끄러워 불편할 것이다. 오히려 경찰이 자주 와 치안이 더 좋아졌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웃음) 시장을 이웃으로 둬 좋아진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 것 같다."
-원순씨의 '희망노트' 많이 늘어났겠다. "1800개 정도다. 지금도 쓰고 있다. 밑으로 곧바로 내려보내지는 않는다. 직원들 숨좀 돌리게…. 만나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좋은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빠짐없이 적는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노란색 수첩을 꺼내보이며) 빨간색 사선으로 표시된 메모는 개선하도록 지시했던 내용들이다."
-취업난이 심하다. 2030청년 등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달라."서울시는 최선을 다해 청년 실업을 창조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허브 센터'가 대표적이다. 크리에이티브 랩, 인생 이모작 지원센터, 사회적 경제지원센터 등의 문을 두드려라. 일단 도전해야 길이 열린다. 서울형 뉴딜일자리, 우리동네 보육반장, 안심귀가 스카우트 등은 사회문제 해결과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지속가능한 세계적 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