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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우유배달 아저씨 야쿠르트 아줌마,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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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우유배달 아저씨 야쿠르트 아줌마, 무슨 일?

    거리에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만큼 범죄도 감소한다고 한다. 바로 미국의 도시계획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제인 제이콥스가 언급한 “거리 위의 눈(eyes on the street)” 개념이다.

    매일 동네 주변을 오가며 거리를 살피는 것은 물론 독거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행정의 빈틈을 메워주는 사람들이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 (자료 사진)

     

    바로 우유 배달 아저씨와 야쿠르트 아줌마, 전기 가스 검침 요원, 집배원 등이다.

    전국 1만 3천명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이달 인천 남동대리점을 시작으로 심폐 소생술을 배운다. 지난해 말 소방방재청과 맺은 ‘골목길 안전 지킴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이런 교육을 통해 말 그대로 골목길을 오가며 거리를 살피고 더 나아가 화재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에 신고하거나 직접 대응 처리하게 된다. 더 나아가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노인에게 배달하는 야쿠르트 비용은 구청 등에서 내 주고 아줌마들은 노인들과 대화를 하며 무엇이 힘든 지 이야기를 듣는다. 불편 사항이 있으면 이를 구청 복지 담당 직원 등에 전달해 해결책을 찾는 방식이다.

    한국야쿠르트 채금묵 팀장은 “독거노인들은 배달되는 발효유도 발효유이지만, 기본적으로 외로운 분들인 만큼 이러 저러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원한다”며 “아줌마들이 일주일에 2-3차례 담당 노인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안부를 묻는 등 10분가량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이런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는 이미 90년대부터 시작해 현재 전국에 3만 명의 노인이 혜택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독거노인들을 지원하는 곳도 행정기관(275개), 사회복지단체(83개 단체), 종교단체(45개) 등 모두 445개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측은 제품 판매액 중 아줌마들에게 돌아가는 25%의 수수료를 일정 범위에서 올려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사기 진작책을 강구하고 있다.

    채금묵 팀장은 “독거노인들은 주로 언덕이나 가파른 골목길, 달동네 주변에 살고 있어 방문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노인들에게 전달되는 발효유 비용을 구청 등으로부터 받아도 경제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 사진.

     

    가장 이른 새벽 거리를 나서는 우유 배달 아저씨.

    배달하는 우유가 집 앞에 며칠 째 쌓여있지는 않은지, 더운 여름에도 창문이 계속 닫혀있지는 않은지 살펴, 이상한 느낌이 들면 구청에 알려준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위기 가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최민호 팀장은 “최근 세 모녀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일단 경기도 지역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위기 징후 가정을 미리 파악해 대처하는 시스템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행정 당국의 인력으로 쉽게 노출이 되지 않은 위기 가정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우유배달 아저씨들이 징후가 보이는 가구를 신고할 때마다 격려금 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최민호 팀장은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월 천만씩 1년 간 1억 2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유배달 아저씨들의 활동 지역도 현재의 경기도에서 회사 공장이 있는 천안 나주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중 가장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사람이 우유배달 아저씨라면, 그 다음 신문배달원, 청소요원, 일반 방문판매원 등이 순차적으로 활동을 한다”며 “일정 지역을 단위로 이런 직업군의 인력을 서로 연결해 시간대 별로 위기 징후 가정을 시스템적으로 파악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우유배달원만이 아니라 도시 가스 및 전기 검침요원 등 2700명이 지자체를 중심으로 네트워킹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RELNEWS:right}서울시도 자원봉사자와 야쿠르트아줌마, 집배원, 전기검침원, 택배기사 등 방문형 직업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나눔이웃'을 현재 2000여명에서 올해말 5천명으로 확대하고, 오는 2016년까지 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서, 소방서, 구청 등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틈새를 민간 기업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메워주는 것이다. 이들은 민간 기업 소속으로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우리 사회 복지의 빈 틈새를 막아주는 만큼, 공동체의 중요 ‘사회적 자산’이라는 평가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만큼, 독거노인들의 고독사 등 고령화 시대의 징후들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사회 양극화 속에 세 모녀 자살 사건 등과 같은 복지사각 지대의 비극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 곳곳의 틈새를 막아주는 이들이야말로 사실상 공동체 발전의 토대가 되는 ‘사회 자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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