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길 모(27·여)씨는 점심을 먹은 후 직장 근처에 위치한 청계천을 찾는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 힘들다보니 점심시간을 활용해 10분이상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길 씨는 "실내에 갇혀있다가 햇살을 쬐며 걸으면 해방감도 들고,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해소된다"며 "야근이 많아 저녁에 운동할 시간이 없다보니, 점심 식사 후에라도 걸으려고 운동화를 아예 회사에 가져다 놓았다"고 말했다.
최근 점심 시간에 남산 산책로나 청계천, 여의도 공원 등 오피스가에 넥타이 부대나 스커트 정장차림에 워킹화를 신은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점심을 이용해 잠시라도 걷기 운동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급격히 늘면서다.
9일 패션·유통업계에 따르면 점심 시간을 활용해 걷기 운동을 즐기는 이른바 '워런치 족'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워킹화 열풍으로 생겨난 운출족(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사람들), 레킹족(레깅스에 워킹화를 즐겨신는 사람들)에 이어 '워런치족'도 등장한 것.
워런치족은 워킹(walking)과 점심(lunch)의 합성어로, 점심 시간에 짬을 내 걷기 운동을 즐기는 직장인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등 일부 사업장은 사원들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이나점심 시간 등을 이용해 걷기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워런치족' 등장과 함께 가장 신이 난 곳은 워킹화 관련 업계다. 직장인들의 걷기 열풍에 워킹화 판매량도 껑충 뛰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의 경우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19일 기준으로 전달 워킹화 판매량에 비해 해당 기간 판매가 크게 늘었다. G마켓은 약 150%, 옥션은 워킹화를 포함한 운동화 판매량이155% 신장했다고 밝혔다.
올해 워킹화 '에스웨이브2'를 출시한 스포츠 브랜드 휠라 역시 3월 한달 간 워킹화 매출이 전달(2월) 대비 약 300% 가량 신장했다. 4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간 주간 매출도 전달 동기간(3월 1일부터 1주일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휠라 관계자는 "날씨가 화창한 봄을 맞아, 따로 시간을 내 운동을 하기 어려운 일과 속에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간편한 걷기 운동을 즐기는 직장인이 급격히 늘었다"며 "최근 워킹화를 찾는 20~40대 직장인 고객층이 많아졌으며, 특히 신발 본연의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실속 있는 워킹화를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 측은 매년 20~30%로 성장하는 워킹화 시장이 올해는 약 1조 5000억원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며 워킹화 전성기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워런치족과 같이 일상에서의 걷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여기에 정장과 하이힐을 착용하는 전통적 오피스룩에서 편안함과 활동성을 강조한 비즈니스 캐주얼이 트렌드가 되면서 워킹화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