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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사과한 안철수·문재인 vs 모른척 박근혜

    자료사진

     

    “국민들께는 결과적으로 기초공천 폐지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지난 대선 당시 세 후보가 공통 공약으로 제시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각 정당 또는 후보의 폐지 입장에 근거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폐지를 결정하는 ‘여야 쌍방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기는 했습니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가 가장 먼저 꺼내고 문재인, 박근혜 후보도 함께 약속한 지방선거의 공약폐지 약속이 최종 파기된 2014년 4월 10일 문재인 민주당 18대 대선후보가 내놓은 사과 성명서의 한 부분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만이라도 지난 대통령선거 공약을 지키겠다던 입장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게되자 문재인 대선후보는 공식 사과했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오후 “과정이나 이유야 어떠했든 저희들마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안 대표는 중앙정치의 지방정치 줄세우기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 공천폐지 공약을 할 수밖에 없었고 새누리당이 약속을 어긴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고자 했지만 무공천으로 야당이 궤멸적 패배를 당하고 말 것이란 당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공약파기 이유를 밝혔다.

    2012년 대통령선거 공간에서 정치개혁의 명분아래 제시됐던 기초선거 공천폐지 약속은 완전히 파기됐고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약속파기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러나 다른 한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파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를 했다.

    약속을 한다는 행위에는 묵시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친구간의 약속,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약속, 개인간의 약속, 기업간의 약속, 국가간의 약속 어느 것 하나 중요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이 없다. 믿음과 신뢰가 거기에서 싹트는 까닭이다. 때문에 약속을 어기면 대부분의 경우 믿음과 신뢰가 깨지는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한 국가의 지도자가 돼서 국민들의 운명을 짊어지고자 자발적으로 나선 정치지도자들의 약속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들의 약속에 국가의 장래와 국민의 행복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2012년 12월 20일 새벽 서울 광화문거리로 나가 국민에게 내뱉은 일성이 “국민여러분 저 박근혜는 약속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였다는 것을.

    1998년 정치에 입문한 박 대통령은 정치역정 내내 약속과 신의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고 여기서 얻은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지도자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웬일인 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에는 약속을 어기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

    여권이 내세우는 논리대로 '잘못된 약속을 지키느니 차라리 약속을 파기하는 게 낫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 않으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선거에 나서 국민 앞에 어떤 약속을 했다면 피치못해 그 약속을 어기게 됐더라도 진정성 있는 해명과 사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올초부터 공약파기를 공식화하고 나선 새누리당과 여권이 보여주는 태도를 보면 국민은 안중에 없을 뿐아니라 본말이 전도됐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정치전문가들은 기초선거 공천폐지에 대해,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무공천보다는 기초선거 공천제도의 폐해를 개혁하는 접근법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방정치도 중앙정치와 다를 바가 없다. 민주정치의 작동메커니즘이 정당정치에 그 뿌리가 있다면 정당의 책임하에 선거가 치러지고 선거결과에 대해서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이럴때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공천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약속에 책임지는 행위와 그 약속이 애당초 잘못된 것이기에 지킬 수 없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약속에 대한 책임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그 약속에 문제가 있어 지키기 어렵다'고 강변한다면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그 약속의 주체가 공당의 대통령후보이고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렇다.{RELNEWS:right}

    다수를 점한 여당이 약속을 먼저 어긴 상황에서 당내압박을 견디다 못해 현실정치의 필요성 때문에 약속을 파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야당의 변명도 군색하다. 하지만 야당은 사과라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껏 일언반구도 없다. 국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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