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미리 준비해 온 성명서만 읽고 끝내 진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남 원장의 일방적인 태도는 결국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질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5일 오전 10시 국가정보원 내곡동 본원에서 열린 남재준 원장의 대국민 사과 성명 발표는 단 3분 만에 끝났다.
남 원장은 "증거 조작 혐의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한번 숙였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아랫사람의 잘못으로 한정했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
대신 최근 불거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사건과 4차 핵실험을 거론하며 뜬금없이 안보를 강조했다.
군인 출신 국정원장으로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취재진들과의 질의응답조차 생략하고 서둘러 브리핑장을 빠져나갔다.
반년 가까이 정치권은 물론 국론까지 분열한 사건의 책임 기관장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하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은 군 장성 출신답지 않게 비겁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당장 남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남재준 원장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단순 사과가 아니라 사퇴를 통해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국정원 압수수색과 직원 진술도 원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수사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며 "특검 도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국정원이 국가기관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기에 단순 사과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남 원장은 선거 공정성 훼손 문제와 함께 이번 일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해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RELNEWS:right}
네티즌들도 남 원장의 일방적인 사과 아닌 사과를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남재준 원장이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했는데, 이미 대선개입과 NLL 대화록 무단공개로 본인 자체가 잘못된 관행의 주인공"이라며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고 고개만 한번 까딱하고 바로 끝내는 것이 진정한 사과냐"며 "결국 국민을 우습게 보기에 이런 모든 일이 가능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