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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정부보다 낫다" 빨래까지 돕는 자원봉사 손길

사건/사고

    [여객선 침몰]"정부보다 낫다" 빨래까지 돕는 자원봉사 손길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모여있는 진도체육관, 세심한 봉사 이어져

     

    진도 실내체육관 뒷쪽에 있는 '밥차'는 이른 저녁 준비로 분주했다. 자원봉사자들은 해가 중천인 낮 3시쯤부터 저녁 반찬으로 쓸 감자와 호박 등 식재료를 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주일째, 가족들 500여 명이 머무르는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10여곳 넘는 봉사단체가 24시간 상주하며 실의에 빠진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밥차는 물론, 움직이기 힘든 가족들에게는 쟁반에 밥과 국, 과일을 담아 직접 가져다 준다. 대한적십자와 같은 구호단체, 지역 봉사단체 등 다양한 성격과 지역의 봉사단체에서 운영하는 밥차만 3곳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끼니를 거르는 가족들을 위해 24시간 운영된다. 뜨거운 물은 하루종일 끓여 대기시킨다.

    하지만 그런다한들 대다수 부모들은 밥 한 술 제대로 못 넘기고 있다.

    대한적십자 전남지부장 박춘심(59) 씨는 "부모들은 얼굴만 봐도 부모라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입이라도 축이라는 말조차 붙일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이곳 상황이 끝날 때까지 몇달이 걸리든 떠나지 않을 것이지만, 봉사 조금 한다고 해서 지금 이 분들께 도움이 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각종 봉사단체들의 부스가 체육관 주변을 빙 둘러 설치돼있다. 세월호 사고 직후 이곳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리고 노련하게 체육관 안에 가족들이 머물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운동복과 세면도구 등 생필품과 각종 식음료를 비롯한 구호물품을 곳곳에 비치했다.

    진도청년회의소 박용환(41) 씨는 생업인 전복 양식도 접어두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진도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 회원들은 모두 농민이나 어민이다.

    "그동안 홍수나 태풍 피해는 봤어도 고요한 진도 앞바다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박 씨.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다들 제철을 맞은 생업을 미뤄두고 이곳에서 주야간 봉사를 하고 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단체에서도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원하는 가족들을 위한 기도회 등을 열고있다.

    진도군교회연합회 소속 진도 늘푸른교회 박시구(61) 목사는 "고령의 교인들도 24시간 여기서 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구조 작업이 장기화되다 보니까 다른 지역 교인들까지 도움을 주고 싶다며 연락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심신이 지친 가족들을 위한 기도회 등도 열리고 있다. 늘푸른교회 박 목사도 매일 새벽 6시, 저녁 7시 두 차례 체육관 앞 부스에서 작은 예배를 열고 있다.

    아직 경황이 없는 가족들은 많이 찾아오지 못하지만, 대신 이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교인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고 있다.

    박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처럼 끝까지 현장에서 도울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의료단체도 진도로 달려왔다. 의료진들은 체육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실신하거나 진료가 필요한 가족들의 상태를 살피고 즉각 링거 수액 등 의료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하루종일 세월호 뉴스만 쳐다보고 있는 가족들의 경우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우려되는 상황.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 등은 체육관 뒷편에 심리상담실을 비롯한 현장응급의료소를 마련했다. 의료소 천막 안에는 가림막이 세워져 있고, 필요한 사람들은 24시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가족들의 임시거처인 체육관에는 기본적인 생필품 말고도 각종 구호물품과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준비돼있다.

    긴급한 전화를 걸 일이 생기는 가족들을 고려한 휴대전화 충전 서비스, 공기 주입기로 바람을 넣는 일회용 베개, 정신력과 체력이 고갈되는 가족들을 위한 청심환이나 각종 비타민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심지어 자원봉사자들은 '세탁해 드립니다'라는 푯말을 들고 조용히 가족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장기간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한 빨래까지 돕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손길이다.

    상황이 장기화되는 만큼, 진도에 머무르는 실종자 가족들의 심신은 하루가 갈수록 더 피폐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고 초기 가족들을 찾아 위로의 말을 건네고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할 때 수행하던 정부 당국 관계자들의 모습은 이제 가족들 앞에 더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체육관에서는 "정부가 못하는 것을 민간 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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