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 씨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사건 모바일 인터랙티브 뉴스 바로가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 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25일 서울고법 형사7부(김흥준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 씨에 대해 원심과 같이 간첩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여권법과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 씨가 간첩행위를 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 씨의 간첩행위 핵심 증거인 여동생 유가려 씨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동생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사실상 구금돼 오빠와 함께 대한민국에서 살게 해 주겠다는 회유에 넘어가 오빠의 간첩행위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여동생이 사실상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진술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장이 여동생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이 유 씨에 대해 사기죄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항소하지 않아 형량은 1심보다 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북한이탈주민으로 가장해 지원을 받고 동생까지 북한이탈주민으로 꾸며 입국시키는 등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고가 끝난 뒤 유 씨 변호인은 "170일동안 불법 구금이 있었고 그 동안 여동생이 감금돼 회유당했다는 것이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유 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조작된 간첩사건이 끝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유 씨는 지난해 1월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국내 탈북자들의 신원정보를 수집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전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유 씨의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과 여권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고 유씨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0여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유씨의 간첩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중국 화룡시 공안국에서 발급한 유 씨의 출입경기록과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주한중국대사관이 이 문서들을 위조된 것으로 공식확인하면서 국정원과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후 검찰은 유 씨 재판에서 위조로 판명된 문서들을 증거철회했다. 또 유 씨의 혐의에 사기죄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유 씨가 받았다는 불법지원금의 규모를 기존의 2,56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늘리고 공공임대 주택 거주권을 받은 부분도 혐의사실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유 씨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구형했다.
한편 증거조작 사건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유 씨의 출입경기록 등 관련 증거를 위조한 혐의로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과 이모 처장, '국정원 협력자' 김모 씨, 이인철 주선양총영사관 영사를 기소했다.
하지만 국정원장 등 국정원 윗선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해 '반쪽 수사'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