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의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허모(27·여) 씨는 2년 전 중소기업 해외인턴 모집 공고를 봤다.
취업을 위한 기본 스펙 쌓기에 열중한 그녀는 토익 점수가 800점이 넘었다.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은 성격이라 색다른 해외경험을 하고 싶어 인턴모집에 원서를 냈다.
면접을 본 후 나라를 선택하는 단계에서 평소 인도음식을 자주 먹으며 호기심을 갖게 됐던 인도에 지원했다. 당시 중국에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낮았던 인도 지원자들 중 허 씨는 국어국문학과 출신답게 깔끔한 자소서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국내에서 국어·영어강사로 활동하면서 익힌 사회생활 룰과 상사에 대한 예의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지녔던 그녀는 면접 당시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며 면접관들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결국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그렇게 인도에서의 인턴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5개월이 되던 때 '코트라 뉴델리 수출인큐베이팅 센터'로 지원해 발령받게 됐다. 주로 인도에 진출하는 한국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은 허 씨.
그녀의 고민은 딱 한 가지.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이라 급여를 현지화로 받는데 인도환율이 끝없이 떨어지는 요즘 속이 탈 지경이다. "갠지스강이나 타지마할을 거닐면서 마음을 다스려요. 특히 갠지스강에서 일몰을 보던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집값을 자랑하는 인도에서 숙식을 제공받진 않지만 보다 넓은 세계에서 비전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녀. 국내 구직자들이 고시공부와 대기업 시험에만 몰리지 않고 소신과 꿈이 있다면 해외취업도 적극 신청하길 권하고 있다.
■ 외국어+실무 능통한 인재로 거듭나 허 씨처럼 지속되는 국내 취업난으로 인해 월드잡 해외지원 사이트나 청년해외취업진흥원, 국비지원 해외취업 전문업체를 찾아 해외취업을 하려는 구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국내로 돌아와도 실무경험을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에서는 토익보다 스피킹을 많이 보는 추세다. 실전에 투입됐을 때 외국인들과 즉석으로 회화가 가능한 인재가 많이 필요한 것. 문법만 달달 외워서 익힌 영어는 무용지물. 외국인 앞에서 당당하게 대화하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보다 넓은 세계에서 다양한 인종을 만났기에 사람을 대하는 능력도 능숙하다는 기업 인사팀의 평가들도 있다. 허 씨 같은 경우도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한국인들과 달리 여유롭고 느긋한 인도인들과 근무를 하다보니 처음엔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국내에도 행동이 느린 사람이 꼭 있기 마련. 그들을 보며 항상 답답해하던 과거와 달리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기다릴 줄 알고 자신 또한 여유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해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처리하니 마음의 부담이 덜어져 일이 잘되는 것 같아요. 외국어와 실무경험을 동시에 배우다보니 국내에 돌아가도 얼마든지 업무처리를 잘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겨요"라고 말하는 허 씨.
그녀뿐만 아니라 해외로 취업한 학생들은 현재 대부분 실질적인 업무가 가능하다고 인정받아 국내에서도 많이 취업된 상태라고 한다.
■ 글로벌 시대에 맞는 경쟁력 갖출 수 있어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익숙하듯 부모들의 마인드가 많이 변화된 것도 해외취업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자녀들에게 유익하다는 생각이 다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취업알선팀 이도경 담당자는 "요즘 많은 학생들이 글로벌 시대에 맞춰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해외취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주로 해외무역파트나 영업 업무를 많이 담당한다. 영어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국내에는 공채시즌이 따로 있는 것과 달리 해외취업은 주로 수시채용이 많다. 아시아 쪽을 담당하고 있는데 요즘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의 대규모 제조공장의 관리자로도 많이 취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