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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 동계올림픽, 우리에겐 고통"

    강원도 정선 활강경기장 건설, 주민 이주 진통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축제일 수 있지만 경기장 건설 때문에 쫓겨나는 주민들에게는 고통이에요. 고통"

    활강경기장 주차장 조성 예정인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마을 입구에 걸린 현수막.

     

    해발 1516미터, 푸른 병풍같은 가리왕산 자락이 감싸안은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조상 대대로 터전을 지켜온 28가구 주민 80여명이 살아온 마을이 요즘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이 가리왕산에 조성되면서 마을이 강제 이주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 관계에 얽혔기 때문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4월 30일 곳곳에 내 걸린 이주 정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마을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었다.

    폐교된 분교 건너편 구멍가게 처마 밑에 봄비를 피해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지난 4월초부터 시작된 이주 보상협의에 따른 속내를 털어놓고 있었다.

    산채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기용(52) 씨는 주변 시세가 3.3m²당 50만원에서 70만원선에서 거래돼 왔다며 "아무리 감정 가격이라 해도 평생 농사를 지어온 땅을 평당(3.3m²) 30만원 선에 보상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 돈으로는 더 촌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땅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숙암리 마을 주민들이 보상비와 이주 대책에 문제점을 주장하고 있다.

     

    감정평가 결과지만 한 마을에서 보상비가 도로를 기준으로 3.3m²당 최고 60만원대에서 최저 30만원대까지 책정되는 차이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마을 공동체 해체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요구로 인근에 집단 이주단지 조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입주 자격이 까다로워 해당자는 절반도 안된다는 불만도 있다.

    이흥만(62) 씨는 "실 소유주가 실 거주하지 않으면 이주단지에 입주할 수 없다. 어머니가 아무 문제 없이 아들 명의의 집에 살아왔는데 졸지에 이웃들과 떨어져 타향으로 떠나야하는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정선 숙암리 숙암교회.

     

    종교시설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유일한 종교시설인 숙암교회 최종철 목사는 "26년째 이 마을에서 목회를 해왔는데 함께 살아온 주민들이 곳곳으로 흩어지는 상황에서 건물과 토지 보상비만 받고 다른 지역에서 다시 목회를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크다"며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협조는 하겠지만 최소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종교부지를 물색해 주는 배려는 있어야하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정부와 강원도, 동계올림픽 개최시군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경기장 건설에만 몰입하면서 정작 경기장 건설로 인해 터전을 잃게 될 주민들의 불이익은 고민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중봉주민대책위원회 맹광영 사무국장은 "시골 특성상 옛집이 많다. 건물 보상가가 평균 3천만원 선인데 군 단위 지역에서의 전세금도 안된다. 7,80대 노인들은 어디 가서 살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맹 국장은 "동계올림픽에 세번 도전하면서 주민들은 경기장 예정지라는 이유로 개발과 지원에서 소외돼 왔는데 이제는 올림픽이 유치됐다고 쫓겨나야하는 희생을 또 다시 강요받고 있다"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강원도를 대신해 보상 협의를 진행 중인 정선군 동계올림픽지원단은 "주민들의 정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보상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감정평가를 거쳐 보상액을 책정할 수 밖에 없다"며 "집단 이주대책 역시 자치단체가 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수는 없다.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대안을 찾기는 힘들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활강경기장 주차장과 부대시설이 들어설 숙암리 보상면적은 49만 7천 416m², 보상액은 350억원 규모다. 현재까지 보상 집행액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150억원 수준이다.

    정선군 동계올림픽 지원단은 2016년까지 경기장 건설을 마무리해야하는 일정상 5월 말까지 보상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공탁 절차를 통해 강제 이주 집행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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