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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틈타 '악재' 다 털어낸 청와대

정치 일반

    세월호 참사 틈타 '악재' 다 털어낸 청와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윤성호기자

     

    청와대가 세월호 침몰 사고를 틈타 정권에 부담을 준 악재들을 다 털어내고 있다.

    형식은 검찰과 군에서 진행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청와대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 등장 이후 정권과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준 악재는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개입,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사찰, 국정원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건 등이었다.

    이런 악재들을 세월호 침몰 사고와 사고 수습 과정에서 거의 사라지게 했다.

    검찰은 7일 세월호 실종자 35명이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청와대 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은 맞다”, “청와대는 정상적인 특별감찰을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발표 요지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이 있는지 없는지는 진상을 가리는 수사일 뿐, 채 전 총장의 범법 사실과 관련된 수사가 아닌데도 혼외아들 의혹 문제가 수사의 본질인양 발표했다.

    검찰 수사의 본질은 진상규명이 아닌 청와대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불법.탈법적 뒷조사를 벌였는지 여부였다.

    조오영(55)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송 모 국가정보원 정보관이 채동욱 전 총장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 것이 개인적 일탈행위라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또한 '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이 있다'는 내용을 특정 신문에 흘려 채 전 총장을 '나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아예 수사를 하지도 않았다.

    권력이 특정 신문과 짬짜미를 했는지야말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었고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안이었으나 검찰은 성역처럼 손도 대지 않았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청와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며 면죄부를 줬다. 청와대 관계자에 대해선 소환도 않고 서면 조사에 그쳤다.

    한 여당 인사는 말한다. “채동욱 전 총장 사건은 아들도 맞고, 청와대가 찍어내기 위해 뒷조사를 한 것 모두 맞다”고.

    비리 혐의도 아닌 아들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로 전직 검찰총장을 소환하자니 부담스럽고, 청와대를 직접 조사하자니, ‘윗분’의 눈치가 보이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는 검찰엔 더할 나위 없는 탈출구였다.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던 김진태 검찰총장의 명예론은 어디로 갔는가?

    임명권자의 뜻을 거스른다는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를 채동욱 전 총장의 예(例)에서 또렷이 봤을 것이다.

    청와대의 권력 운영 측면에서는 검찰총장의 명예보다 정권 안정, 정권 안보가 더 중요했을 테니까.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한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합동조사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자료사진/ 윤성호기자)

     

    국방부가 지난달 22일 국군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관여 의혹을 받은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55·육사38기)을 인사조치한 것도 세월호 참사 와중에 털어낸 정권의 악재다.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댓글 의혹이 폭로된 지 6개월 만이다.
     
    연 국방비서관을 세월호 침몰사고 와중에 교체함으로써 비판 여론을 피해가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도 국민은 그런 의도라고 본다.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탄용 교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연 비서관은) 본인 희망에 따라 교육사 부사령관으로 갔다”고 말했으나 교육사 부사령관 직제를 신설해 보낼 만큼 다급했다는 반증이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특히 지난 4월 16일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의 희생이라는 전대미문의 대형 참사가 터지면서 국민의 뇌리 속을 떠난 인물이 남재준 국정원장이다.

    세월호 참사는 박 대통령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재신임한 다음날 일어났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간첩사건 증거조작의 책임자인 남재준 원장의 해임을 강하게 요구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참사는 남재준 원장의 이름을 삼켜버렸다.

    남 원장 개인으로선 세월호 참사가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호재였으리라.

    '세월호로 덕을 본 유일한 사람이 남재준 원장'라는 말이 한때 여의도 정치권에 회자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남재준 원장의 책임론이 국민의 의식 속에서 없어진 것은 아니다.

    검찰은 이번 주 안에 남북정상회담의 NLL 대화록 유출로 고발된 김무성 의원 등을 무혐의 처분한다는 내용의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NEWS:right}수사를 이미 마쳤으나 발표 시기만을 저울질하다가 이번 주를 D-데이로 잡았다고 한다.

    정권으로선 국정운용에 부담을 주는 악재를 한꺼번에 털어버리면 홀가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국민은 다 안다.

    정권이 악재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를 다 지켜보고 있는 만큼 켜켜이 쌓이면 결정적인 시기에 폭발하고야 만다.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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