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친박' 타이틀을 달고 대구시장 후보경선에 나섰다가 3위로 낙선하고 국가정보원의 간첩사건 증거조작이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을 때 국회 정보위원회를 내팽개 친 새누리당 서상기 국회의원의 최근 행적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증거조작의혹으로 '국정원 정국'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당시 검찰수사와 별도로 국회차원의 진상규명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결국 국회 정보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과 조원진 정보위 간사가 대구시장선거 때문에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정보위 야당 간사였던 정청래 의원은 9차례나 정보위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응하지 않는다며 '정보위가 식물상임위로 전락했다'고 탄식했다.
수세에 몰려있던 새누리당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경선결과만 놓고 보면 서상기 의원이 선거에 '올인'한 것 같지도 않다.
친박계 중진인 A의원은 최근 CBS기자와 만나 "서 의원이 도대체 뭘 했는 지 모르겠다, 정치력을 발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심히 뛴 것도 아니다"며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다.
그렇지 않아도 부산과 경남 등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던 차에 대구의 경선결과가 비박계의 어부지리로 나타나자 친박계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다.
더욱이, 서상기 의원이 선거기간 보여준 행태는 경선이 끝난 뒤에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권영진 전 의원은 1월 15일 일찌감치 대구시장 출사표를 던지고 표밭갈이에 나섰던 반면 서상기 의원은 좌고우면을 거듭하다 3월 14일에야 출마선언을 했다. 권 전 의원보다 두 달이나 늦었다.
대구지역 사정에 정통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의 J 보좌관은 "조원진 의원이 서상기 의원을 찾아가 '서의원께서 출마하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 서 의원은 열심히하라고 했던 일은 대구바닥에 다 알려진 사실이다"고 전했다.
서 의원의 이같은 처신은 친박 성향 후보가 서상기와 조원진 두 명의 후보로 갈리는 빌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원진 의원은 끝까지 대구시장 경선전을 포기하지 않았고 경선결과는 서상기 1182표, 조원진 928표로 나타나 근소하게 앞섰던 권영진(1418표)후보의 어부지리로 귀결됐었다. 서 후보는 심지어 구청장 출신의 이재만 후보에게도 뒤졌었다.
서상기 의원의 소극적인 선거운동은 두고두고 뒷말을 낳고 있다. 대구 북구을이 지역구인 서 의원은 경선기간 내내 대구시의 한쪽에 치우친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을 경선캠프로 활용하면서 별도의 경선사무실도 열지 않았었다. 이를두고 새누리당 핵심 의원은 "대구시장이 되려는 의지가 있긴 했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경선 이후 젊고 참신한 이미지의 권영진 전 의원이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고인물이었던 대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변화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면서 기존 지역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반면, 서 의원은 잇따른 실책으로 당장 20대 공천을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