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4살인 정태수 전 한보철강 대표와 67살인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수천억에 달하는 세금을 체납했다는 점이다.
정태수 전 대표는 1992년부터 증여세 등 모두 73건, 2225억원의 세금을 체납했고, 최순영 전 회장은 1996년부터 종합소득세 등 모두 19건, 1073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상태다.
고령인 이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천문학적인 세금을 받을 방법이 없게 되는데 앞으로 악의적인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보다 쉽게 찾아낼 길이 열릴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최근 체납자의 친족까지 은닉재산 조사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체납행위에 대해 체납자 본인을 제외한 과세관청의 질문과 검사가 불가능하지만 체납자의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다면 친족과 특수관계자 역시 질문, 검사 대상자에 추가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말 현재 회수하지 못한 세금이 5조9천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매년 70~80억원의 체납세금을 정리하고 있지만 체납자 본인과 가족들의 비협조 등으로 체납세금을 정리 검사 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현행법에는 체납자의 재산을 숨긴 혐의가 있더라도 이들이 질문이나 검사를 거부하면 국세청 등 과세당국이 검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득에 비해 지출이나 재산증가가 현저하게 많아 체납자의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는 가족들에 대한 질문이나 검사를 진행하더라도 이들이 '조사권한이 없는 과세당국의 조사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버티면 검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이 컸다"고 전했다.
김관영 의원은 "납세는 국민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함으로써 납세의 의무를 회피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은닉재산을 보다 철저하게 조사하여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세금징수를 강화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을 통해 국세징수를 원활히 하고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국세청 역시 개정안이 통과되면 체납자의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어도 국세징수법을 근거로 조사를 회피하는 사례가 줄어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