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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지적이 억울한 외교부…"북일 합의 과대평가"

국방/외교

    '뒤통수' 지적이 억울한 외교부…"북일 합의 과대평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가능성이 낮아보였던 북일합의가 전격 타결되면서 우리 정부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가 쏟아지자 외교부는 "합의의 의미를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일합의가 내용대로 실현가능성이 낮고, 무엇보다 미국이 일본의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을 통제할 거라는 게 그 이유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일 오전 실국장 회의를 평소보다 길게 했다. 북일합의 내용을 합의 직전 통보받는 등 관련 상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일종의 '억울함'을 얘기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윤 장관은 '허를 찔렸다'는 지적이나 '정부의 외교 공간이 좁아졌다'는 분석은 전반적인 외교 흐름보다는 '지엽적 사건'에 집중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특히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언론이 자극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섭섭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납치자 규모에 대한 합의부터 북일합의가 실제 궤도에 오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무엇보다 한미일 대북 공조를 지휘하는 미국이 북한에 '숨통을 틔운' 일본의 일탈행동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게 윤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북한에 의미 있는 식량원조를 하면 미국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일 대북 공조와 북일합의가 외교적으로 상충하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해당 정책이 오래 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외교부의 진짜 심정은 정부의 외교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자학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맞서는 관계자의 발언에서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북일합의는 "동북아에서 가장 고립되고 친구가 없는 두 나라가 합의한 것으로,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다(정부 고위 당국자)"는 것이고, '뒤통수'를 운운하는 일각의 비판은 일종의 '자학'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북일합의의 타결 시점을 예상하지 못하고 합의 직전에야 일본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는 엄연한 현실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입장이다. 북일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당초 일정보다 빨리 미국에 보내 대북 공조를 논의하게 한 것도 그렇다.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일합의가 실제 결론을 도출하느냐 여부와 상관 없이, 대북공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일본이 물밑에서는 납치자 문제 해결이라는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다각적 외교를 하고 있고,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는 게 핵심"이라면서 "일본이 양동작전을 펼 때 한국은 '선(先)비핵화'라는 원칙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일합의라는 변수가 나타났음에도 정부가 한미일 대북공조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원론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게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꼭 일본 때문이 아니라도 우리 자체의 남북관계, 안보, 경제적인 차원에서 (대북 경제제재인) 5.24 조치 같은 것을 단계적으로 해제해 나가는 유연한 정책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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