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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규제완화, 철학과 목표부터 다시 세워라

    • 2014-06-02 18:02

    [노컷 사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한 상인이 푸드트럭을 이용해 영업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푸드트럭 영업 규제'가 허용되자 대기업과 백화점이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지난 3월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에서 나온 푸드트럭 규제완화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완화 사례로 관련법규를 고쳐 다음달부터 허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과 대형백화점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면서 규제개혁의 본질이 무엇인지 논란이 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푸드트럭 규제완화 조치는 서민생계형 푸드트럭의 불법성을 해소시켜서 서민생계와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한 조치이지 대기업들의 영업 기회를 확장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푸드트럭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푸드트럭 문제는 사상 유례없이 7시간 동안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회의에서 제기돼 박근혜표 규제완화의 상징적인 사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사실은 주목받지 못한 숱한 규제완화들이 있다.

    이중에는 푸드트럭 사안과 유사한 규제완화도 적지않을 것이다.

    특히 규제개혁의 성과가 손톱밑 가시에 고통받는 서민보다는 로비력이 강한 대기업만 혜택을 보는 엉뚱한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개혁에 철학과 전략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강력히 규제완화 의지를 밝힌 뒤 정부는 양적인 규제완화에 집중해왔다.

    현행 규제 가운데 20%를 임기말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 각 부처별로 철폐할 규제 목록을 제출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안전과 관련한 규제까지 풀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규제완화의 철학과 목적이 뚜렷하지 않으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규제완화는 양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 규제의 목적과 효과를 꼼꼼히 따져서 이뤄져야 한다.

    모든 규제는 양면성을 지닌다. 공정한 경쟁이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가 있는 반면, 잘못된 관행과 악습으로 굳어진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

    당연히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규제는 쳐부숴야 할 원수", "암 덩어리"라고 외치면 일선에서는 규제완화 실적 부풀리기에 급급해진다.

    특히 규제완화의 목표와 철학이 부재하면 꼭 필요한 규제까지 없애야 할 규제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

    규제를 잘못 풀면 어떤 위험이 닥치는지 세월호 참사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첫 번째 근본원인으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인한 안전장치의 해체'가 꼽히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시절 선박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여객선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고 안전점점 기준까지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역시 규제완화가 부추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규제완화를 양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먼저 없애야 할 규제와 꼭 있어야 할 규제를 가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푸드트럭 사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정부가 추진중인 규제개혁의 목표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국민 안전을 해치거나 서민이 아닌 대기업 등 강자만을 위한 규제완화가 되지 않도록 규제완화 정책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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