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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 기술협력 맞손 중국 대륙 광통신 신세계 열다

IT/과학

    민군 기술협력 맞손 중국 대륙 광통신 신세계 열다

    [노컷이 만난 사람] 에이알텍 대표이사 이성민

    에이알텍 이성민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미국 애플처럼 시장 판도를 바꿀 포르쉐급 신제품을 만들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자."

    3년 전 잘나가던 국제변호사에서 기업인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한 국내 중소기업 대표의 각오는 현실이 됐다.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시장인 중국에 진출한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민군기술협력 박람회에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광통신 부품 전문업체 에이알텍의 이성민(44) 대표를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방산사업과 광통신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는 에이알텍은 최근 신형 광통신 장비로 한반도 면적보다 무려 44배나 큰 중국을 매료시킨 기업이다. 이 회사는 80km거리에서 초당 40기가바이트(GB)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광통신 장비(40Gbps 80km CFP)를 민군 기술협력으로 개발해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사용되는 장비의 성능이 최대 40km거리에서 초당 10기가바이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이 제품 덕에 중국의 정보 고속도로는 광통신망 설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게 됐다. "관련 통신 기지국 설치비용을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돼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중국 시골 구석구석까지 최신 정보통신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에이알텍과 만남은 내 운명
    그저 그런 중저가 제품을 만들어왔던 에이알텍이 이 같은 체질 변화에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2011년 이 회사를 인수한 이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독려해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2년 간 누구보다 바쁘게 변호사 생활을 했던 그가 기업인으로 새롭게 변신을 하게 된 배경에는 뜻하지 않게 갑상선 암에 걸리면서 '나는 잘 살고 있나'라고 지난 삶을 돌이켜 본 게 영향을 미쳤다. 4시간 이상 수술실 신세를 지고보니 보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진지한 고민 끝에 나온 생각이 '좋은 회사를 운영해 사회에 기여를 하자'였다.

    그는 한 때 인권변호사가 되려고도 했다. 이에 "뜻은 좋지만 개인이 모든 사회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미미하다. 이보다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던 부모의 조언은 그가 새로운 길을 가게 해준 또 다른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에이알텍과의 인연은 순탄치 않았다. 회사를 인수하려는 그를 두고 주변에선 "방산사업은 호흡이 굉장히 길다. 좋을 땐 좋고 안 좋을 때는 한 없이 안 좋다. 광통신사업도 좁은 한국에서 펼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극구 말렸다. 더러는 "남들은 머리가 아파서 제조업체를 팔고 있는 마당에 이 분야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에이알텍을 인수한 뜻은 확고했다. "방산은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큰 돈을 버는 욕심만 없으면 안정적이고 광통신사업은 글로벌로 진출하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 물 한 컵에서 식사대접으로

     

    그가 에이알텍을 인수할 당시 회사 분위기는 말 그대로 침체돼 있었다. 부채비율은 600%를 넘겼고 직원들의 근무의욕은 바닥을 쳤다. 패배의식이 문제였다. 회사가 줄곧 어려웠던 데다 경영진마저 자주 바뀌면서 빚어진 현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기술자 출신이 아닌 변호사 출신이 와서 함께 힘을 내자고 하니 이를 두고 내부에선 시큰둥한 반응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에 직원들에게 변화를 몸소 느끼게 하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기업이념을 공유하고자 했다.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긍심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에 '프라이드'(Pride)와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했으면 하는 의미로 '펀'(Fun)이라는 두 개의 가치를 엮어 '프라이드&펀'을 기업이념으로 정했다. 특히 펀은 변호사 시절 자긍심은 있었으나 늘 바쁘고 힘들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새기며 직원들은 이렇지 않게 처우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기업이념은 대표이사로 취임하던 첫 해 가을 사내 체육대회에서 발표됐다. 이날은 에이알텍이 창립된 후 처음으로 체육대회가 열린 날이다. 회사 사정은 힘들었지만 그의 속 깊은 마음을 전하기 위해 어렵게 마련한 자리였다. 그는 이날 감명 깊게 들었던 "꿈을 꿀 때는 신중하십시오. 왜냐하면 그 꿈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꿈이 이뤄져나가는 것을 함께 지켜봅시다"라고 외쳤다. 그로부터 3년 뒤 에이알텍은 새로운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이 대표가 인수할 당시 부채비율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중국시장 진출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도 만들었다.

    이 중 '40Gbps 80km CFP' 제품을 중국에 수출한 일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한국의 이름도 없는 작은 회사가 세계 최고 사양의 제품을 만들어 내겠다고 제안을 했을 때 상대 중국업체는 물 한 컵도 주지 않으면서 반신반의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단시간에 원하는 사양의 제품을 개발하고 샘플 테스트에 이어 필드 테스트까지 한 번에 통과했더니 식사대접을 해주면서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짜릿함과 함께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도 느꼈다"고 회상했다.

    ■ 탁월함으로 또 다른 10년 준비
    에이알텍은 다음달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그는 이에 대해 "10년 동안 시장에 살아남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수많은 신생 회사들이 3년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살아남은 회사들은 그 이상의 기간을 생존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는데 에이알텍도 그간의 역량을 바탕으로 영속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프라이드&펀 중 알파벳 'E'에 해당하는 '탁월함'(Excellence)을 통해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탁월함을 가리켜 수천가지의 섬세함이 만들어낸다고 해석했다. "탁월하다는 것은 쉽게 돌아보지 않는 당연한 것도 돌아보고 무관심할 수 있는 곳에 관심을 쏟는 것이에요. 또 고객 요구 이상에 우리의 열정을 보내는 것으로 일상의 그것을 뛰어넘는 특별한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회사를 팔고 사라질 것'이라는 등의 일부 소문에 대해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좋은 일을 하고 싶어 변호사 직업을 뒤로하고 시작한 일을 쉽게 허물겠냐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투자를 받을 때는 영향을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분명한 것은 에이알텍을 운영하는 것은 제 꿈이에요. 일하는 사람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과실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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