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스5.0에 400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한 뒤, 이를 경차 구매자에게 50만원씩 돌려준다"
저탄소차 협력금, 즉 탄소배출량이 많은 차(저연비)에서 부담금을 매겨, 이를 배출량이 적은 차(고연비)에 보조금으로 주는 제도의 기본 골격이 나왔다.
정부 산하 3개 국책연구기관(조세재정연구원, 산업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들이 공청회를 열고 발표한 '저탄소차 협력금 2015년 시나리오'에 따르면, 최대 부담금은 400만원으로 정해졌다.
저탄소차 협력금 기준 시나리오 (조세재정연구원 제공/노컷뉴스)
◈ 그랜저부터 에쿠스는 부담금, 모닝과 스파크는 보조금 에쿠스5.0, 체어맨3.2, 벤츠 S500, 익스플로러3.5, 렉서스 LS460 등이 최대 부담금 구간(400만원)에 해당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205g을 초과하는 대형승용차들이다.
부담금 구간의 하한선(75만원)에 걸리는 차량은 그랜저 등 준대형급 차량이다. 그랜저2.4, K7 2.4, 벤츠 C200, 혼다 CR-V 등이 해당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145g 초과에서 160g 이하 사이인 차량인데, 여기에는 코란도C와 올란도 등도 포함된다.
대략 에쿠스에서 그랜저급 차량은 부담금 구간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이들 차량에서 걷은 부담금은 시행 첫 해에만 4,260억원에 달할 걸로 예상된다. 이 부담금 가운데 2,720억원이 저탄소차에 보조금으로 돌아간다.
모닝, 스파크와 같은 경차, 프라이드(수동) 등 일부 소형차들이 보조금 50만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0g 초과~110g 이하인 차량들이다. 수입차 가운데 폭스바겐 골프 1.6, BMW320d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보조금 100만원을 받는 차들은 CO2 배출량이 90g 이하인 차량들로, 모닝 LPG, 스파크 LPG, 푸조 208, 시트로엥DS3 등이 혜택을 볼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200만원, 전기차에는 1,000만원 씩 보조금이 지급된다.
한편, 가장 많이 팔리는 아반떼와 소나타 등은 보조금도 부담금도 없는 중립 구간에 해당된다. 수입차로는 BMW530d, 벤츠 C220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경차에 해당하지만 CO2 배출량이 많은 레이가 중립구간에 포함된 것도 눈에 뜬다.
◈ CO2 160만톤 줄일 수 있나…실효성 놓고 논란 증폭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중대형차에 쏠린 자동차 구매행태를 경소형과 친환경차 위주로 변화시켜,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다.
'국가온실가스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자동차 부문에서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은 1,780만톤이고, 이 가운데 160만톤을 수요 측면의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통해 줄인다는 계획이다.
법까지 개정돼서 내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제도 도입을 반년 앞둔 지금까지도 논란은 진행형이다. 산업계를 대변하는 산업부와 반대입장인 환경부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연구기관들이 연구용역을 발표한 공청회를 계기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산업부 산하인 산업연구원은 물론, 중재를 맡은 기재부 산하의 조세재정연구원도 2015년 시나리오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조세연구원은 2020년까지 CO2 감축효과가 목표치의 35%인 54만8천톤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판단이다. 조세연구원은 내년부터 당장, 경차가 없는 쌍용과 현대차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차도 큰 타격을 받는 대신 하이브리드가 주종인 일본차의 매출이 약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부담금을 부담하는 비중(보조금-부담금)이 국산차가 수입차보다 65% 더 크다는 계산이 나왔다.
◈ Go냐 Stop이냐…환경부-산업부 힘겨루기CO2 감축효과는 낮고 국내 자동차 산업에 타격은 크니, 제도 시행을 유예하거나 아예 없던 일로 하자는 결론으로 자연히 유도가 된다.
하지만 환경부 산하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입장은 정반대다. 일단 계획대로 낮은 단계에서 시행하되, 프랑스처럼 해마다 구간을 조정하면 감축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는 "제작사들의 기술은 해마다 진보하고 있고, CO2 배출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재설계를 하면, 감축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준대형(그랜저급)과 중형차(소나타급) 수요가 일본 하이브리드차로 이동한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이들 구매수요가 일본차 보다는 그랜저 하이브리드 등 국산 하이브리드차로 이동할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오히려 친환경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배터리 산업 등에서 2조2천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산차의 세계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 접점 못찾은 저탄소차 협력금… 여론의 향배 주시각 연구기관으로 대변되는 부처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이미 관련 법까지 만들어진 상황에서 환경부는 저탄소협력금 제도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고, 산업부는 이대로 가면 국내차 업계가 너무 타격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형차 위주인 미국차 업계의 반발도 상당하다. 중재를 맡은 기재부는 TPP 가입 문제 등으로 미국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저탄소협력금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거듭되면서, 내년 추진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저탄소협력금 제도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재계의 반발로 2년 유예된 바 있다. 이번에 또다시 연기될 경우 사실상 폐기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부와 산업부 등은 공청회 이후 일단 여론의 추이를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저탄소 협력금 시행이냐 유예냐를 놓고 여론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