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관련 첫 재판이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승객을 내팽개치고 달아난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그토록 찾고 있는 이번 참사의 정점에 있는 인물,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씨는 사법처리는커녕 행방조차 오리무중이다. 아무리 구원파의 비호를 받고 있다지만 매번 뒷북을 치는 모습에서 그토록 위세 당당하던 검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누구나 쩔쩔매는 지존의 자리에 익숙한 검찰로서는 당황스럽고 자존심도 많이 상한 듯싶다. 무려 5억 원이나 되는 현상금을 내걸고, 일 계급 특진이라는 당근책도 내놨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구원파에게 조롱만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구원파의 본산이라는 금수원을 겹겹이 에워싸고 대치했지만 결국 유병언씨는 놓치고 말았다. 고작 한 일이라는 게 현수막을 떼 달라고 구원파에게 사정해 관철시킨 것이다. 바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언급한 현수막이다.
금수원이 뚫리고 유병언씨의 행적이 전남 순천에서 드러났을 때만 해도 검찰은 이제 턱 밑에 와있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하지만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던 유병언씨 체포는 대체 언제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검찰도 입을 닫고 있다. 이제 검찰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유병언씨가 신출귀몰하고 있는지 검찰이 헛다리만 짚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검찰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경찰은 유 씨를 따라다니기에만 바쁜 검찰에 불만이 많은 듯하다.
이런 와중에 9일 검찰은 지난 대선 정국을 뒤흔들어 놓은 엄청난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이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더니 검찰의 수사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화록을 유출한 정문헌 의원만 5백만 원에 약식 기소했을 뿐 김무성·서상기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 8명 모두에게 면죄부를 만들어줬다. 공을 들였는지 방치했는지 모르겠지만 1년 동안 끌어온 수사의 결말이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다. 김무성 의원은 유세 현장에서 대화록 내용을 줄줄이 읽어 내려갔고, 정치공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새누리당 비공개회의에서는 심지어 ‘손이 떨려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는 표현도 했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새누리당의 공격수였던 윤상현 의원조차 뒤늦게 이를 인정했다.
국가기밀을 빼내 선거 전략으로 악용한 나쁜 선례를 만든 이 사건으로 국익은 내팽겨 쳐졌고, 지난 2년간 정치권은 극심한 정쟁에 빠져들었으며 국론은 심각하게 분열됐다. 그런데 이런 정치공작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게 만든 게 검찰이다. 김무성 의원은 오히려 당 대표를 맡겠다며 여전히 당당한 모습이다. 국가기밀인 대화록을 누설했는데도 관련 업무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결론 때문이다. 심지어 대화록 유출의 경로와 과정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대체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을 강조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어떠한 시비도 불식시키겠다'며 '검찰은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며 오직 국민의 편'이라고도 했다. 과연 그런가? 지금 검찰이 그런 검찰의 모습인지 김 총장에게 묻고 싶다. 권력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 편파를 편파로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 검찰, 이게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검찰의 모습이 아닌가? 여기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지극히 무능하기까지 한 게 지금의 검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