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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백문이 불여일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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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백문이 불여일견

    제 역할 찾아 나선 한 여인의 성장담…"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삶 지켜가길"

     

    여배우에서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1929-1982)의 삶을 다룬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Grace of Monaco)'는 최근 막을 내린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될 당시, 관객들의 야유 섞인 휘파람을 들었다고 알려졌을 만큼 현지에서 혹평을 얻었다.
     
    기대치가 낮았던 까닭일까. 11일 국내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한 여인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니콜 키드먼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열연과 모나코의 수려한 풍광으로 그려낸 온기 품은 작품으로 다가왔다.
     
    다만 그레이스 켈리라는 인물의 성장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프랑스 재건의 아버지로 불리는 샤를르 드 골 대통령을 위시한 프랑스 정부가 식민지 확장에 목마른 제국으로 묘사되고, 그 영향력 아래 놓인 모나코 왕실이 몹시도 유약하게 그려졌다는 데서 프랑스와 모나코 측이 썩 불편해 했으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레이스 켈리의 언행이 다소 미화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아름답고 우아한 이미지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니콜 키드먼)는 모나코 대공 레니에 3세(팀 로스)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면서 할리우드를 떠난다.
     
    이후 답답한 왕실 생활에 서서히 지쳐가던 그레이스 켈리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계 복귀 제안에 마음이 흔들리고, 모나코를 합병시키려는 프랑스는 할리우드 복귀를 고민하는 그녀를 이용해 모나코 왕실을 위기에 빠뜨린다.
     
    이 영화는 그레이스 켈리가 레니에 3세와의 결혼을 발표한 해인 1956년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에서 시작된다. 오프닝 시퀀스 내내 카메라는 그레이스 켈리의 뒷모습만을 비춘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리고 엔딩 시퀀스에 다다르면 이 영화가 여배우에서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제 역할 찾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오프닝 시퀀스가 한 여인의 정체성 탐구라는 주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에도 카메라가 니콜 키드먼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눈 코 입의 미세한 움직임을 잡아내려 애쓰는 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극중 종이에 쓰인 '기쁨' '슬픔' '후회' 등의 단어를 보고, 그에 걸맞은 표정을 만들어내는 니콜 키드먼의 빛나는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한 장면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하나는 주인공 그레이스 켈리가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모나코 왕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배우와 왕비, 아내, 엄마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두고 고민하는 개인사다.

    나머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로 개편된 헤게모니 안에서 '위대한 프랑스'의 기치를 내걸고 주변국에 영향력을 넓혀가던 프랑스로 합병될 위기에 몰린 독립공국 모나코의 정치사다.
     
    이 두 이야기 줄기는 내내 따로 흘러가다가 한 지점에서 합류하게 되는데, 그 지점에서 그레이스 켈리라는 여인의 성장이 이뤄진다.

    한 인간의 성장이 결국 한 나라의 안위로까지 이어지도록 이야기 구조를 촘촘하게 짜려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특징을 찾을 수 있겠지만, 이 점이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없잖다.

    그레이스 켈리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그녀의 성장을 위한 발판, 도구로 활용되고 희생됨으로써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탓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할리우드 여신에서 왕비가 된, 동화 속 행복한 존재로 남았을 법한 여인의 희로애락을 끄집어내고, 이를 개인의 성장과 역사적 순간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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