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국민에게 "당신은 중산층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 전국 성인 남녀 817명 대상 설문조사).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응답자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중산층 가구는 월 515만원을 벌어 341만원을 생활비로 지출하는 수준. 주말에 한 번은 가족들과 외식을 즐기고 주택 평수는 34.9평, 주택 가격은 3억7천만 원 선. 총 재산은 6억6천만 원 선. 가끔 사회봉사도 하고 기부도 약간 하는 생활이 딱 적당한 중산층의 생활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꿈꾸는 중산층의 삶일 뿐 실제의 삶은 달랐다. 어떻게 사는지 평균을 내보니 매달 416만원을 벌어 252만원을 쓴다. 대부분 항목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70% 수준 정도로 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중산층은 누구고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선 정부도 답이 없다.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존의 중산층 소득기준을 개편하고 소득 이외의 정성적인 보조지표도 신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되어간다는 이야기는 없고 소득기준 개편작업이 포기상태라는 이야기만 들려온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내가 중산층?…느낌으로 아니까중산층을 정하려면 소득, 주거, 총재산 등등 고려할 게 여러 가지라 어려운 건 인정하겠는데 정부의 중산층 정책은 갈피를 못 잡는 듯 보인다.
이명박정부는 중산층이라 부를 수 있는 '소득세 과세대상 중 중상위 소득 구간'의 과세표준 구간을 4,600만~8,800만원으로 정했다. 2008년 세제개편 때 일이다.
박근혜정부 2013 세제개편안에서는 연봉 3,450만원을 중산층 근로자의 기준선으로 내놓고 세금을 더 거두려다 국민의 비난이 빗발치자 5,500만원부터로 올려서 증세 대상을 삼았다.
이건 소득세로 따진 것이고 재형저축 가입에서는 연소득 5,000만원까지 재형저축이 가능하니 그 밑으로가 중산층이다.
그러나 중산층용 '생애 첫주택 구입대출' 신청자격은 연소득 6,000만원부터로 정했다가 7,000만원까지로 바뀌었다. 세금 거둘 때는 중산층 범위가 넓어지고 지원해 줄 때는 기준이 야박해 지고 그러나 보다.
우리 정부가 가져다 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산층 지표로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50%에서 150%까지 소득을 올리는 가구'이다.
우리나라 가구 소득을 최저부터 최고까지 한 줄로 늘어놨을 때 딱 중간인 '중위소득'이 2013년 기준 4,200만원이다. 이것에 0.5배를 버는 사람부터 1.5배를 버는 사람이 중산층이니 가구당 연소득이 2,100만 원에서 6300만 원 사이면 중산층이다.
연간 소득 2,100만원이면 월 175만 원으로 먹고 사는 형편이다. 1달에 175만원으로 3식구, 4식구 먹고 산다면 중산층보다는 빈곤층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국민의 55% 정도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긴다. (현대경제연구원 2013년 조사).
그러나 통계청은 중위소득 50%∼150%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이 65%를 넘어 70%에 욱박하고 있다고 발표하며 저소득층의 생활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으로 많이들 올라섰다고 한다.
이건 박근혜정부가 중산층 70%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거기에 꿰맞추고 싶은 욕망의 숫자일 뿐이다. 저소득층이 올라서서 중산층이 늘었을지 부유층에서 추락해 중산층이 늘었을지는 제대로 조사를 해봐야 알 일이다. 아마 국민 다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느낌으로 아니까.
학계의 논문 등을 살피면 우리나라 중산층 비율은 2000년 52%에서 2004년 50%, 2007년 49% 수준으로 내려 왔다. 반대로 저소득층은 8%에서 14%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들어서서 급속히 중산층이 늘었다고? 사는 건 나날이 힘든데 과연 그럴까?
국민은 체감하지 못한다. 정부 통계로는 중산층이 증가하는지 몰라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체감 중산층은 같은 기간 계속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 가운데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절반 정도이다.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실제 중산층은 80%에 조금 못 미쳤다. 그래도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국민 전체의 90%가 넘었다. 이제는 겨우 50%이다. 이걸 주목해야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진다. 이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기침체 및 내수시장 위축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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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불평등이다미국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보도한 미국 상황이 우리에게 참고가 된다. 미국 경제가 왜 이리 회복세가 지지부진한가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즈는 중산층의 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제 성장의 이익 대부분이 소수의 소득 상위계층에 집중되면서 미국 경제를 주도해야 할 중산층은 정작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중산층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주역이다.
미국 경제규모 전체로는 분명 회복이 됐는데 중산층이 회복 안 되는 건 왜 그럴까?
그것은 부의 불평등이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주택시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싼 호화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13년 35% 증가, 2014년 21% 증가했다. 일반주택은 7.6% 줄었다. 명품업체 매출은 늘어나는데 할인매장인 월마트의 매출은 계속 준다. 루이비통은 8% 늘고 월마트는 5% 줄었다.
우리 형편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고 방향도 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중산층이 줄면 소비성향을 끌어 내리고 여기에 고용불안, 노후불안, 전세값 상승이 얹어지면 내수 경기 침체는 구조화된다.
어떻게든 중산층을 늘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과외비 경감, 전세월세 안정, 고용 증가… 할 일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정책들에 '불평등 해소'라는 과제를 적용시키는 것이다. 불평등을 심각히 여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는 바 몇 가지 통계를 얹어보자.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최고 부유층 1%를 제외한 국민 99%의 소득은 GDP의 75% 수준이었다. 2013년은 60% 가까이로 내려앉았다.
이대로라면 박근혜정부 기간에 60% 밑으로 떨어지리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1990년대 초반에 0.250 수준이었지만 1999년 0.288, 2008년 0.294, 2009년 0.295로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부터 국가개조에 들어가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선언대로 불평등 국가의 골을 메우는 쇄신 정책들로 복지국가의 틀을 튼튼히 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