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쯤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애초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는 임시 반상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으로 결국 취소됐다.
통장은 "지금 주민들이 많이 못 나오고 그런 자리 자체를 갖지 말자고 한다"며 "지금 시국이 시끄러운데 말 한마디 잘못하면 곤란해질 수 있으니 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와서 임시 반상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곳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대다수 지역이 지역 주민들에게 전단지를 배포하는 수준에 그쳤다.
서울의 A구청 관계자는 "지금 대부분 서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통장회의랑 달라서 반상회의는 동네분들이 시간날 때 만나기 때문에 시간 안 나는 분들은 통장한테 자료를 받아서 서면으로 안내를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구청 관계자도 "주민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서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단지 배포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자료사진)
이번 임시 반상회는 안전행정부의 아이디어였다. 안전행정부가 지명 수배 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조속한 검거를 위해 전국적으로 임시 반상회를 열도록 지방자치단체 안전행정국장과 부단체장 등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지자체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전국적인 임시반상회는 지난 1996년 동해안 무장간첩 침투 사건 때문에 개최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유 회장 검거를 위해 검·경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고, 이에 각급 부처들이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임시 반상회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심지어, 임시 반상회가 이날 열리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C씨는 "우리 집 아랫집이 통장네인데, 아무런 얘기 없었다"며 전단지 돌린다고 국가 세금만 없애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D씨도 "반상회를 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몇십 년 동안 안 했던 반상회를 다시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수의 시민들은 임시 반상회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가정주부 E씨는 "말도 안 되는 거죠. 임시반상회를 해서 그거를 잡을 수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고요. 유인물 배포해서 그런데 세금 쓰는 것도 절대 반대"라고 강조했다.
직장인 F씨도 "사람들한테 국민들에게 웃음거리만 될 것 같다"며 "누가 이런 발상을 냈는지 몰라도 그 사람 참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전국민 동원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건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도 마찬가지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갑자기 자기네들이 필요해서 지자체로 떠넘긴 것"이라며 "솔직히 대면회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주민들을 모이라고 고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안전행정부 측은 "국민들이 관심이 있으면 도망 다니는 유병언도 압박도 느낄 거고 국민들도 흘려듣는 거랑 관심을 가지고 듣는 거랑 다르다"며 "최대한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