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애국심이 강한 사람으로, 총리를 맡는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문 후보자를 청문회에 세워 돌파해보자는 나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의원총회나 당무회의 등을 통한 결정이 아닌, 새누리당 주요당직자 몇 명이 문 후보자의 온누리 교회 동영상을 보고 내린 결정이다.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전체 의원들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은 채 이완구 원내대표와 윤상현 사무총장 등이 주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독자적이라기보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며 스스로 ‘거수기’를 자처한 결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13일 동영상을 본 이후 “한 나라 총리를 결정하는 막중한 국사에 객관적 절차가 필요하고 신중히 입장을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전체 동영상을 보면 기독교인으로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발언인데 일부 언론이 악의적으로 짜깁기 보도해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문 후보자를 적극 방어했다.
최봉홍 의원은 “내용을 봐서는 종교인으로서, 국민으로서 정신은 가히 본받을 만하다”고 주장했고, 전하진 의원은 “국가관으로 볼 때 나라를 굉장히 사랑하는 분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말 새누리당 지도부의 주장처럼 문창극 후보자가 “애국자”이고, 아주 훌륭해서 모두가 본받을 만한 인물이 맞는 것일까.
◈ 여당 한 의원 "동영상 보니까 문제가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실제로 동영상을 보니 문제가 확실한데도 뭐가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마도 당 지도부가 곤경에 처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도 “동영상을 보니까 방송사의 짜깁기도 아니며 전체 맥락 전체가 심각하더라”며 “친일주의자에 반역사적인 인물임이 확인됐는데 이런 사람을 총리 시키면 우리 학생들에게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는 꼴”이라고 말했다.
<당쟁으로 본="" 조선역사=""> 등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장은 "대한민국은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자인데도 침략자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봤으며. 이런 제국주의적 역사관을 가진 사람은 국무총리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12일 동영상을 직접 봤다는 이 소장은 “그런 역사관이라면 수십만 명이 싸워 독립한 대한민국은 없는 것 아니냐”며 “교회에서 이런 극우적 관점의 역사관을 얘기했더라도 독립국 대한민국의 총리 후보로서는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꼭 총리를 하고 싶다면 자신의 역사관은 잘못됐다고 반성한 뒤 거듭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며 "문 후보자는 대표적인 친일분자인 윤치호의 역사관을 그대로 베끼고 자신의 소신을 덧입힌 인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 네티즌들 "더욱 놀라운 내용들 가득하다"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동영상 전체는 더욱 놀라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언론이 왜곡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 같다. 다 사실이더라”, “게시자가 국무총리실이라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또 “문 후보자의 ‘친일·식민 사관’을 재확인했다”, “나도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도대체 기독교라는 종교를 이렇게까지 왜곡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웃음거리로 만드는 작태를 눈 뜨고 볼 수 없다”, “편향된 종교 의식, 조선의 500년 역사 비하 내지는 부정, 지나치리만큼 비하적이고 폄하적인 민족관, 친미적·강대국 중심의 논리”라는 댓글들을 달았다.
그 와중에는 “동영상을 보니 그의 국가관에 큰 무리가 없다”는 누리꾼들도 간혹 있었다.
그래서 실제 동영상 중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간략히 정리해봤다. 문 후보자는 동영상에서 “매일 국가를 위해 기도를 한다”로 시작한다. 그는 “기도를 하며 우리가 부강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한다.
이 내용만 쏙 빼내어 강조한다면, 새누리당 말처럼 문 후보자는 애국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1830년대와 1870년대, 1890년대 조선에 파견된 선교사 3명의 조선 민족 비하 기록을 거론하면서 '조선 민족은 아주 더럽고 게으르며 미개한 민족'으로 서슴없이 표현한다.
대표적인 친일 인사인 윤치호의 일기를 예로 든 것도, 조선 민족은 물론 고종과 명성황후(문 후보자는 명성황후를 여러 차례 '민비'로 지칭한다)를 폄하하는 데 활용한다.
“이조 500년 허송세월을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며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문 후보자는 또 “분단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공산화됐을 것인데 하나님이 분단과 6.25라는 시련을 주셨고, 6.25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단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6.25는 미국을 붙잡기 위해 주신 것이고, 미국이 없는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이런 논리라면 '하나님이 김일성에게 6.25 남침을 하라고 시켰고, 그로 인해 500만 명 이상이 희생된 우리 민족 최악의 비극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으로 하여금 70년 동안 바벨론 유배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문 후보자는 이스라엘 민족의 이런 고난의 역사에 우리 역사를 빗대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하나님은 예레미아 등 선지자를 통해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고, 죄를 짓지 말라"고 이스라엘 민족에게 수 차례 경고했다. 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결국 유배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도 나온다. 우리 민족에게 선지자의 그런 경고와 예언이 과연 있었던가.
문 후보자는 일제 식민 지배와 6.25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키자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대부분의 기독교인들 역시 황당해하고 있다. 심지어 하나님을 욕되게 한 발언이라고 서슴없이 비판한다.
14일 청계산 입구에서 등산객들에게 커피와 녹차를 대접하던 과천 소망교회 장로와 권사, 집사들에게 문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그들은 “기독교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도 너무 심한 것 같다”며 “크리스천들이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긴 하지만, 이는 개인사를 두고 한 말이지 일제와 6.25 전쟁까지 하나님의 뜻이라고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불교계, 유교계는 물론 기독교계까지 발벗고 나서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까닭이다.
◈ 일본 신문 방송의 '유명인'으로 떠오른 문 후보자‘일제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그의 망언은 심지어 일본에서도 회자되는 단계를 넘어 방송과 신문에 도배되다시피하고 있다.
대한민국 총리 후보자가 일본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국민까지도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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