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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승차거부 사건 "그날 난 짐짝이었다"

사회 일반

    안내견 승차거부 사건 "그날 난 짐짝이었다"

     


    - 버스기사가 막무가내로 소리쳐
    - 벌금낼테니 안내견데리고 내리라해
    - 올라타려는데 문 닫고 출발하기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들의 눈 역할을 해 주는 훈련된 개를 바로 안내견이라고 부르죠. 항상 시각장애인 옆에 꼭 붙어다니면서 길을 안내해 주는데요. 이 안내견들은 법적으로도 대중교통에 함께 데리고 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안내견과 함께 버스에 탔다가 기사로부터 매몰차게 승차거부를 당했다는 한 시각장애인의 글이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저희에게도 여러 청취자들이 제보를 해 주셨는데요. 도대체 그날 버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건지 저희가 이 일을 직접 겪고 글을 올린 그 당사자 분을 찾았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나와 계십니까?

    ◆ ○○○>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세요. 바로 지난 주말에 겪으신 일이라고요?

    ◆ ○○○> 예.

    ◇ 김현정> 어디서 어떤 버스를 타시려고 했던 건가요?

    ◆ ○○○> 제가 6월 14일 토요일에 신림역 정류장에서 안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과정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거든요.

    ◇ 김현정> 서울 신림동에서 안양 가시려고?

    ◆ ○○○> 네.

    ◇ 김현정> 버스가 왔어요. 그래서 여느 때처럼 안내견과 함께 버스에 오르신 거죠?

    ◆ ○○○> 네. 계단에 올라가서 버스카드를 찍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기사 분께서 ‘왜 개를 가지고 버스를 타려고 하냐. 당장 내려라.’ 이렇게 고성을 지르시더라고요.

    ◇ 김현정> 찍으려는 순간 버럭버럭 소리가 들린 거예요?

    ◆ ○○○> 네. 이런 일은 사실 흔한 일이거든요. 잘 모르시는 경우도 있고 해서. 그래서 안내견임을 제가 재차 설명드렸습니다.

    ◇ 김현정> 안내견은 버스 타도 된다는 사실을.

    ◆ ○○○> 네. 이 개는 그냥 일반 개가 아니라 장애인 보조견이다. 제가 시각장애인이라서 보조견이랑 같이 타야 된다, 그렇게 말씀드렸죠.

    ◇ 김현정> 그래요. 처음에는 그냥 개인 줄 알고 애완견인 줄 알고 막았더라도 설명을 들었으면 보내주셨을 텐데 그다음 반응이 어땠습니까?

    ◆ ○○○>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막무가내로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내려라. 당장 내려라.’ 이렇게 또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 김현정> 당장 내려라. 반말로요?

    ◆ ○○○> 네. 그래서 제가 복지법으로 보호를 받는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 법적인 부분도 말씀을 드렸더니 ‘벌금 낼 테니까 당장 내려!’ 이렇게 계속 소리를 지르시면서 ‘당장 내리라니까, 빨리 내려!’ 계속 이러시라고요. 그래서 말씀 중에도 ‘안내견입니다. 이거 복지법으로도 보호받는…’ ‘그런 거 다 필요 없으니까 빨리 내리라고!’ 이렇게 계속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말을 가로막으시면서.

    ◇ 김현정> 그래요. 소리를 지르면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내리라고. 혹시 계단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시간을 상당히 지체했다든지,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줬다든지 그래서 기사 분이 화가 나게 된 거라든지 이런 건 아닙니까?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 ○○○> 시각장애인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오르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지 않습니다. 저는 특히나 또 젊은 사람이고요. 그래서 빨리 올라갔고요. 지체된 시간은 전혀 없었습니다.

    ◇ 김현정> 전혀 없었고, 자주 타는 버스니까 또 버스 타는 게 낯선 것도 아니고.

    ◆ ○○○> 네.

    ◇ 김현정> 그런 상황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그래서 그냥 내리셨어요? 어떻게 하셨어요?

    ◆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내리면 집에 못 가는 교통약자기 때문에 이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해야겠다 해서 제가 시민들에게 타고 있는 승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제가 시각장애인인데 눈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인데 지금 제 보조견하고 같이 탑승하려고 하는데 여러분, 제가 타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승객 분들이 ‘네’ 이렇게 단체로 대답을 해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해 주셔서.

    ◆ ○○○> 그래서 버스기사가 반대를 해도 승객들이 동의를 했기 때문에 가서 무조건 자리를 잡았죠.

    ◇ 김현정> 그러셨군요. 자리에 앉고 나서는 그냥 또 신림동에서 안양까지는 무사히 오셨어요?

    ◆ ○○○>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도 계속 탐탁지 않게 ‘버스에 개를 데리고 타려면 박스에 담아서 타!’ 이러면서 계속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계속. 그래서 끝까지 기사님한테 우호적인 그런 말은 듣지 못했고, 심지어 사과도 듣지 못했죠. 그래서 저는 무서워서 가만히 쥐 죽은 듯이 있다가 죄인인 마냥 있다가 정류장에서 도망치듯 내렸죠.

    ◇ 김현정> 죄인 마냥 있다가 도망치듯이 내렸다. 그런데 이게 토요일 날의 일이죠? 이게 끝이 아니고 그다음 날, 일요일 날도 비슷한 일을 또 겪으셨다고요?

    ◆ ○○○> 그 다음 날 또 황당하게 이번에는 반대로 안양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타려고 하는데요. 저희 아버지께서 제가 버스번호 못 보니까 버스를 태워주세요. 그런데 승객들이 오르고 제가 타려고, 아버지가 기사분님한테 손도 흔들고 타려고 하는데 버스가 문을 닫고 출발해 버리더라고요.

    ◇ 김현정> 타려고 하는데 문이 갑자기 닫혀요?

    ◆ ○○○> 네. 제가 가는데, 올라타려고 하는데 버스 문이 닫히고 가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께서 따라가시면서 서행하는 버스 앞문을 두드리시면서 문 좀 열어 달라 그랬는데도 출발을 계속 하더라고요. 그래서 급기야는 아버지가 앞을 가로막으시고 문을 두드려서 버스가 서기는 섰는데, 그래서 아버지가 타라 이랬는데 문이 안 열려 있더라고요. 문을 안 열어주세요.

    ◇ 김현정> 안 열어주세요, 그 기사님이? 심지어 잡아가지고 두드렸는데도?

    ◆ ○○○> 네. 바로는 안 열었고요. 조금 이따가 여셨는데 ‘왜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하냐.’ 이렇게 궁색한 변명을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출발하려고 하는 버스를 왜 타려고 하느냐라고 오히려?

    ◆ ○○○> 예. 출발하는 버스를 왜 잡아타냐 이런 식이었어요, 논리가.

    ◇ 김현정> 그러셨군요. 어떤 분들은 지금 들으시면서 ‘야, 어떻게 이런 일이… 아주 일부의 일 아닌가, 아주 특수한 일을 겪으신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일들이 그럼 시각장애인들이 자주 겪는 일이라는 말씀이세요?

    ◆ ○○○> 네. 승차하는 것, 버스 타는 것 아주 평범한 일이잖아요, 보통 시민들한테는. 그런데 저희 안내견 사용자들, 또 장애인들한테는 정말 조마조마한 일입니다. ‘또 승차거부하면 어떻게 하지?’, ‘또 뭐라고 소리 지르면 어떡하지?’ 이거를 가슴에 미리 대비를 하고 각오하고 타요. 그래서 그런 죄의식에 사로잡혀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거 참… 들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픈데. 버스회사에 항의해 보셨어요?

    ◆ ○○○> 여러 채널을 통해서 지금 민원과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국가인권위라든지.

    ◇ 김현정> 버스회사 입장은 뭔가요?

    ◆ ○○○> 버스회사에서는 현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셨는데요. 단순한 후속조치, 교육을 다시 잘 시키겠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확실하게 재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제가 좀 더 차분하게 대처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힘내시고요. 꼭 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혹 법이 없다손 치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아서 인간인 건데 이렇게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죠. 용기 있게 나서서 이렇게 공론화 시켜주신 것 제가 대신 감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 ○○○>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금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글이죠. 안내견 승차거부 사건의 당사자,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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