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에서 '문창극 거부' 움직임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개별 의원들로부터 '자진사퇴' 요구가 지속 제기되자 지도부는 '고민'에 빠졌다. 결국 '문창극 버리기'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일 실시된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야당 못지않은 '비토 발언'이 줄줄이 등장했다.
이재오 의원은 문 후보자를 겨냥해 "6·25전쟁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나라를 지키려다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은 뭐냐"며 "그러니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느냐. 언론인이나 종교인은 모르지만 총리감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도읍 의원도 "문 후보자는 총리가 되더라도 국민대통합을 전제로 한 국가개조를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며 "본인이 과연 대한민국 개조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판단하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당선자는 페이스북에 "박근혜정부 초기에 연이은 총리후보자 낙마가 발생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한분은 일종의 비리로 낙마했고, 다른 한분은 반역사와 내공 부족으로 헤매고 있다. 힘빠진 총리는 곤란하다"고 적었다.
당권주자들의 자진사퇴 요구도 거듭 등장했다. 서청원 의원은 인천 지역을 방문해 "문 후보자는 모두에게 부담 주지 말고 스스로 퇴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 윤성호기자
김상민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이대로라면 7·30보선은 '문창극 찬반투표'가 돼 참패할 것이고,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당초의 '문창극 옹호' 기조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일부 발언이 아니라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며 문창극 발언 동영상의 '단체 시청 행사'까지 벌였던 지도부는 더 이상의 방어망을 치지 않고 있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원내대표)은 동영상 시청행사가 있던 지난주 금요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본인의 소명의 말씀을 신중하게 듣고 판단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문 후보자를 거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는 원내대표지만 여러분에게 당의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헌법기관이다"(17일 초선의원 모임)라거나 "의원님 한분 한분의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국민 여론도 경청하면서 당의 입장을 정해나가겠다"(18일 의원총회)고 신중론을 폈다.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본회의에서 인준안 표결이 이뤄지는 게 바로 의회민주주의"라며 문창극 지킴이를 자처하던 윤상현 사무총장은 이날 CBS의 취재에 "(인사청문회 문제는) 원내 지도부에 물으라"며 말을 아꼈다.
지도부는 내심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나 정당 지지율의 급락 등 이번 사태가 초래한 '민심이반'에 촉각이 곤두서있기 때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인사청문회 실시가 당의 기본 입장이었는데, 최근 들어 지도부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 당내·외 여론을 '경청'하고 있다는 게 포인트"라며 "고민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도 "일단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고 있다. 당 지지도가 30%대까지 떨어졌다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며 "하지만 지도부 입장에서는 당장 공식적으로 기조를 틀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