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생긴 '관피아'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며 지난 4월 29일 공무원들 앞에서 공직사회의 개혁을 다짐했다.
그는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공직사회 개혁에 임하겠다"며 공직사회를 질타했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두웠다.
박 대통령 재임기간 중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33명이 일반 기업체로 재취업했다.
우선 별정직고위공무원 3명이 유명 골프장 상임감사와 골프회사 상무이사, 정부소유 기업 부사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이보다 높은 고위직은 더 좋은 자리를 꿰찼다.
수석비서관은 공기업 계열사 대표이사로, 정책실장은 항공사 비상근고문으로 명함을 바꿨다.
4급 행정관 2명이 같은 날 나란히 대기업 계열사로 출근한 사례도 눈에 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보다 더 많은 관피아를 양산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월평균 1.1명이 청와대에서 일반기업으로 재취업한데 비해 박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월 2.6명이 재취업했다.
청와대비서실 인사들의 정원대비 재취업율은 19%로 44개 정부부처 가운데 사실상 1위다. (금융위의 정원대비 재취업율이 47%로 분석됐지만 금감원 등 산하기관 직원들의 재취업 숫자를 빼면 극히 미미하다.)
(그래픽=김성기)
이쯤 되면 청(靑)피아라 부를 만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근무자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데리고 일했던 청와대 직원들이라고 해도 그들이 박 대통령을 보좌한 뒤 그 이력을 가지고 일반기업에 취업했다는 점에서 무관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기업체들이 청와대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정부로부터 바람을 막는데 어느 부처 보다 청와대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안행부 소속 공직윤리위원회가 퇴직 공직자들의 재취업을 심사하면서 청와대 출신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점도 청피아 양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1월 이후 전직 청와대 직원을 상대로 한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에서 탈락률은 0%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이 청피아를 놔두고 일선 부처에 관피아를 척결하라면 과연 영이 설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집안 단속을 안 하고 어떻게 관피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청와대 비서실 퇴직자들의 재취업 문제를 단속해야 관피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