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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도 비판한 '삼성공화국'…朴 대통령에 화살

국제일반

    블룸버그도 비판한 '삼성공화국'…朴 대통령에 화살

     

    "문제는 재벌이야(The real problem is the chaebol)"

    23일 블룸버그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이런 요지의 칼럼을 올렸다. 그는 '삼성공화국에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재벌·대기업 위주의 한국 경제 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재벌 봐주기'식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페섹의 칼럼은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국의 가장 큰 '희망'이자 '문제'로 떠올랐다는 글로 시작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응급수술을 받은 이후 경영권 승계 대상인 이 부회장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5000만 한국인들의 미래는 앞으로 삼성 일가의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페섹은 지적했다. 한 회사가 모든 경제를 창출할 수 없지만, 삼성만은 예외다. 삼성은 가족들이 운영하는 재벌·대기업의 핵심 사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5대 대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70개 자회사를 거느린 삼성의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만약 삼성이 내일 하루 문을 닫는다면, 한국 GDP의 25%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페섹은 한국인들이 왜 '삼성 공화국'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의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주주들은 왜 재벌들의 노골적인 족벌 경영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그렇다면 창조경제를 위해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고 누차 말해온 박근혜 대통령은?

    이 회장으로부터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는 엄밀히 말하자면 재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영향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고 페섹은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적 결함은 일본의 생활 수준을 따라잡으려는 한국의 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 핵심 배경에는 물론 재벌이 있다.

    페섹이 지난 주 한국을 다녀가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중소기업이 경제의 '심장'격이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전체 고용률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혁신성은 '끔찍한' 수준이다.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의 규모는 점차 작아지고 있으며, 부를 창출하는 수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벤처기업 투자자들에 대한 세금우대 조치, 기업 인큐베이터에 대한 자금 대출 등을 약속하기는 했다. 그러나 페섹은 박 대통령이 일의 순서를 뒤바꿨다고 반박했다. '진짜 문제'는 바로 재벌이라는 것이다. 재벌은 신생 기업과 같은 경쟁자들을 쉽사리 물리쳐왔기 때문이다.

    페섹이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인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룩한 경제 모델을 개혁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삼성과 같은 재벌들이 국가를 퇴행시킨다는 점을 알면서도 한편으론 재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페섹은 덧붙였다.

    심지어 페섹은 박 대통령의 정책이 다소 '정신분열증적인'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상호출자제한기업과 대기업 내부거래를 단속하겠다면서도 경제 성장을 위해 대기업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투자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페섹은 또 지난 2008년 이 회장이 50억 달러 상당의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됐지만 박 대통령과 같은 정당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사면됐다는 점도 소개했다. 아울러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를 낸 청해진해운 역시 재벌 수준의 중견기업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박 대통령이 국가 경제를 퇴행시키고 막무가내식으로 뻗어나가는 대기업에 대해 좀 더 강경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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