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집단적 자위권 변경, 中 견제 목적
-'아베 총리 숙원'때문이란 해석 多
-지리멸렬 야당, 아베 견제 불가능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학 교수)
일본의 평화헌법 9조, 태평양 전쟁의 주범인 일본은 군대를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입니다. 자신들이 공격을 받을 때에만 스스로 방어하는 정도, 그 정도로만 무력을 쓸 수 있죠. 그래서 이름도 자위대입니다. 그런데 어제 아베 정부가 이 평화헌법 9조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을 채택했습니다. ‘동맹국이 공격을 당하면 그것도 일본이 공격당한 걸로 간주하고 출동한다’. 뭐 이런 식의 해석입니다. 상당히 위험한 이 발상, 하지만 일본의 아베 총리는 어제 끝내 이 발상을 실행에 옮긴 건데요. 지금 일본의 반응은 어떨까요. 일본 현지 잠깐 연결하고 가겠습니다. 일본 도카이대학 국제학과에 계세요. 김경주 교수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김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경주>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법의 문구 자체는 그대로 두되 해석만 바꾼 거죠?
◆ 김경주> 예,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고노담화도 그대로 계승한다 하면서 그 과정을 검증하지 않았습니까? 그거하고 비슷한 건데요. 실은 이런 식의 집단적 자위권이라고 하는 아주 헌법의 근간에 관련된 문제를 바꾸려면 헌법 9조 자체를 개정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그거를 하기에는 지금 여론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상당히 걸리기 때문에 아베 정권 내에서 아주 급박하게 해석변경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이 헌법의 의미를 와해시키는 그런 수법을 사용한 데 대해서 일본 국내에서 상당히 지금 불만이 높은 상황이죠.
◇ 김현정> 구체적으로는 이 해석이 바뀌면 어떤 점이 달라지는 거죠?
◆ 김경주> 일본이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상당히 긴밀한 사이에 있는 국가, 예를 들어서 미국이라든가 아니면 한국이라든가 이런 나라들에 공격이 있고 ‘위협이다’ 이렇게 해석이 된다면 ‘우리가 무력행사를 하겠다’ 하는 게 이번 개헌의 취지입니다.
◇ 김현정> 동맹국이 공격을 당해도 우리한테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출동한다, 아까 제가 말한 게 맞는 거죠?
◆ 김경주> 그렇기는 한데요. 그러나 사실상 일본 국내에서는 이번 해석으로 과연 뭐가 달라졌느냐라고 정말 이것을 국제적으로 살펴봤을 때 ‘정말 상당히 애매하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썸’이라는 노래가 유행을 한다고 하는데요. 마치 그 가사처럼, 주변에서 보기에는 분명히 뭔가 일본이 변한 듯한데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기존의 헌법 해석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평화주의로 갈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일본 국민들은 그래도 뭔가 일본이 변할 거 같아서 상당히 불안해하고 하는 이런 상황입니다.
이번에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것이 어렵게 파고들자면 끝도 한도 없겠습니다마는 아주 단순한 개념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베트남에 이라크 전 같은 데 우리 부대를 파병한 것과 비슷한 논리인데, 일본은 ‘우리는 결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권리를 갖고 있지만 결코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전쟁하는 일은 없다’ 이 부분을 상당히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거기에 일본의 아기라든가 엄마라든가 이런 아녀자들이 있을 때 우리가 가서 구해줘야 되지 않겠냐, 이런 식으로 자꾸 애매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기자들의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거든요. 이렇게 되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왜 하필 지금 이거를 이렇게 서둘러 뜯어 고쳐야 되느냐, 이런 식으로 졸속처리를 해야 되겠냐, 이 부분이 상당히 불만스러운 거고요. 지금 아베총리 주변에서도 ‘그 이유는 아베 총리가 워낙에 원하기 때문에 그런다.’
일본 공군 (자료사진)
◇ 김현정> 아베 총리가 원해서 그런다?
◆ 김경주> 이런 식의 답변밖에 솔직히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큰 틀로 보면 이번에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해석 변경의 가장 큰 목적은 역시 중국 견제라고 봐야 되겠죠.
◇ 김현정> 그래서 그런가요, 미국도 굉장히 찬성을 하더라고요.
◆ 김경주> 그렇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게 선제공격과도 비슷한 개념이기 때문에 일본의 헌법에서는 기존에는 공격형 무기의 보유를 인정하지 않았었습니다, 헌법 해석상. 예를 들어서 폭격기라든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든가 이런 걸 보유를 안 했는데 ‘집단적 자위권을 우리가 행사할 수도 있다’라는 이 전제에 서게 되면 당연히 그런 식의 군비 강화 쪽으로 나갈 수가 있겠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을 하고 서로간의 미일동맹을 강화하겠다, 이런 방향으로 나가게 되겠죠.
◇ 김현정> 미국이 지지하는 이유가 있네요.
◆ 김경주> 그렇죠. 또 미국으로서는 요즘 재정 상태가 안 좋아서 동맹에게도 '응분의 역할을 해라‘ 이런 얘기를 계속 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 손들고 ’우리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러고 있는 꼴이죠.
◇ 김현정> 보니까 굉장한 꼼수가 숨어있는 거고, 아시아의 왕따가 되는 걸 알면서도 아베 총리가 밀고 나가는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국민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어디서는 굉장히 국민들이 무관심하다 이런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또 어디서는 굉장한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얘기가 엇갈려서요. 현지에서 보시기는 어떻습니까?
◆ 김경주> 일본 사람들이 원래 어떤 일종의 항의시위를 거의 하지 않죠. 그러나 이번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일 합계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니까, 사회적으로 상당히 파장이 큰 문제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아사히 신문, 닛케이 신문, 그다음에 마이니치 신문 다 ‘50% 이상이 반대다’ 이렇게 의견을 내놓고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하면, 일본의 국민여론을 그대로 반영하는 모습으로 지금 일본 국회가 형성이 되어 있지 않고, 일본 국회의원들 의견을 물어보면 80% 이상이 지금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자민당이 지금 의석수가 상당히 많고 연립을 하고 있는 공명당이 이번에 여기에 참여하면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죠. 말하자면 정치권에서의 하나의 균형의 와해라고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졸속처리, 강행처리를 가능케 한 부분이라고 보시면 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국민들도 이렇게 반대하는데 이렇게 졸속처리 하는 이유는...
◆ 김경주> 아베 총리의 숙원이라고... 이것 말고는 정확하게 들려오지 않는데, 일본은 어떻든 간에 국내적으로 보면 과거 70년 동안 이 평화헌법을 유지를 해왔단 말이죠. 그러면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된다. 국민들과 국회에서의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되는데 이게 지금 거의 50일 만에 그냥 일사천리로 변경이 돼 버린거거든요. 물론 앞으로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률 처리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금세 파병이 가능하거나 이런 건 아닙니다마는 일본 국회의 역학구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시간문제다, 이렇게 보는 게 맞겠죠.
◇ 김현정> 그런데 아베 총리의 평생의 소원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여론이 이렇게 안 좋으면 정권의 지지도도 낮아질 텐데, 앞으로의 선거 걱정도 안하는건가요?
◇ 김현정> 지지도가 낮아지고는 있습니다. 지금 40%대 초반 정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가는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 것이, 지금 일본의 야당세력이라는 것이 너무 지리멸렬합니다. 지난번에 정권교체가 있으면서 처음으로 민주당이라는 자민당이 아닌 당이 집권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게 3년 만에 거의 실패로 돌아갔죠. 이렇게 되면서 야당 세력이 상당히 기세가 꺾여 있고, 국회 전체로 봤을 때는 한 2, 30%밖에 안 되는데 이 사람들도 다 서로간의 의견이 달라요.
그래서 아베가 '다음에 어떻게 하더라도 내가 선거를 돌파할 수 있다' 이렇게 보고 있는 거고... 그런 의미에서 실은 일본 국내에서 임기가 아직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전에, 소비세가 더 오르기 전에, 내년 쯤에 한 번 더 선거를 해서 앞으로 4년을 더하겠다, 이런 소식도 있습니다.
◇ 김현정> 견제 세력이 없는 거군요. 지리멸렬한 야당, 그것도 하나 횡포를 부릴 수 있는 이유중에 하나이다, 아까 썸이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굉장히 애매하다. 썸이다, 이런 표현 쓰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