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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검찰이 면죄부 준 한상률…'뻔뻔한 부활?'

    "그런 사람이 살아난다니 세상이 거꾸로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자료사진)

     

    결국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7.30재보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위원회를 열고 충남 서산·태안 지역 여론조사 경선 결과에 따라 이 지역 재선거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후보자로 추천하기로 의결했지만, 비대위에서 일단 보류됐다.

    공천위원회에서 재심의 결과에 따라 그의 공천 여부가 확정되게 된다.

    하지만 한상률 전 청장이 '뻔뻔한 부활'을 노리는 것을 보면서 검찰의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도로 정홍원, 홍명보 유임을 보면서 한상률까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니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며 "아무리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국민으부터 부도덕한 인물로 심판된 자가 정치인으로 부활을 노리다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이것이 보수의 민낯이냐"며 "한상률 전 청장은 처음부터 정치인도 아니고 고위 공직자 출신이 비위혐의로 기소된 케이스인데 정치인으로 변신해 '세탁'을 하고 그것을 용인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률이 오늘 다시 정치인으로 부활을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부실한' 검찰 수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면에서 한상률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은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한다.

    한상률 수사는 MB정권과 '권력의 시녀' 검찰 관계를 다시 한번 반추시킨다.

    한상률이 그림 로비 의혹을 받고 미국으로 달아난 뒤 2년만인 2011년 2월 도피행각을 접고 돌연 귀국하자 우연찮게도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한상대는 서울 고검장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내려오면서 이미 차기 검찰총장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분류돼 있었고 당시 언론은 "한상률 로비사건이 한상대 지검장의 차기 총장 행보에 첫 시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직을 떠난 검찰 고위관계자는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한상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 한상대 당시 서울 고검장이 서울 중앙지검장으로 '역진했다'는 말이 파다했다"며 "이같은 고검장에서 지검장으로의 역진은 검찰 역사상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는 없는 기록적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한상률에 대한 검찰 수사는 한상률 전 청장을 2011년 2월 28일 첫 소환한 후, 4월 15일 기소하기까지 겨우 45일동안 '전광석화'처럼 초고속으로 진행됐다.

    수사 과정에서 당시 한상대 지검장은 "(한상률 수사에 대해) 먼지털기 수사는 하지 말라, 신중한 수사를 해라"며 특수부 수사에 수시로 브레이크를 거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결과 한상률의 권력형 비리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판정이 내려지고 검찰은 한상률이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그림 '학동마을'을 상납한 사실과 주정업체 3곳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6,9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를 했다.

    그나마 '학동마을' 상납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를 했지만, 이마저도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불기소 함으로써 결국 대법원에서까지 무죄를 받게 되는 '부실 기소' 그 자체였다.

    ◈ 한상률 배후 권력에 꼼짝 못한 '부실 기소'

    한상률이 비록 두가지 기소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대기업에서 고문료 명목으로 6억 6천만원은 받은 혐의나 국세청장 연임을 위한 골프 로비 등 핵심 권력형 비리는 모두 무혐의로 판정하거나 사실 확인관계가 안된다고 검찰은 꼬리를 잘랐다.

    그래서 애초부터 '무죄'를 받기 위해 기소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한상률은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2010년 국세청 직원들을 동원해 대기업 등 10여개 기업체에 돈을 요구한 뒤 국세청 직원들을 통하거나 본인계좌 등으로 직접 돈을 받았다는 진술이 검찰에서 나왔다.

    국세청이 전직 청장인 한상률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한상률 귀국 후 무려 2주일이나 지난후에 계좌추적을 실시하는 가 하면 전직 국세청 전현직 직원에 대한 계좌추적도 하지 않았다.

    한상률은 또 수시로 거짓증언을 했다.

    한상률은 현직 국세청장으로 재직할때인 2009년 1월 일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전군표 전 청장에게 그림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자신은 전군표씨 부부를 만난 적도 없고 '학동마을'이라는 그림을 본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상률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학동마을'을 구입한 사실을 자백했다.{RELNEWS:right}

    '거짓말의 달인'이자 뒷배경으로 든든한 권력을 등진 한상률은 이렇게 살아남았다.

    한상률은 지금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며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하고 새누리당 공천에 도전했을 것이다.

    MB정권에서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무너뜨리고 국세청장이라는 직을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고문료를 받아 챙긴 혐의가 완전 해소되지 않았는데 여당이 그를 공천 후보자로 선정한다면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가질까?

    당시 수사를 지켜봤던 검사의 말이 애처롭다.

    "정치는 다른 영역 아닌가? 말이 안되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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