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찰이 유병언 시신 발견지인 전남 순천 학구리 야산 매실밭에서 사인과 도주 경로 등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유류품 등을 찾기 위한 정밀 재수색에 나섰다. (사진=최창민 기자/자료사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체 신원이 불과 하루 만에 확인될 수 있었음에도 경찰이 섣부르게 '시신 백골화'를 단정해 뼛조각을 DNA 분석 시료로 보내는 바람에 신원 확인에 무려 40일이나 걸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지난 21일 저녁 국과수로부터 '6월 12일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에서 발견된 변사체 유전자(DNA)가 유 전 회장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비상이 걸렸다.
이후 경찰은 당시 변사체를 유 전 회장과 연관 짓지 못한 이유로, 시신 옆에서 술병이 발견됐고 행색도 초라해 단순 행려병자로 판단했다고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또, 백골화가 상당히 진행돼 지문 확인은 물론 기본적인 신체 특징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가운데 24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한 이성한 경찰청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실제로 이성한 경찰청장도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 전 회장 시신) 발견 당시 백골화가 80%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2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해 "'백골화가 진행됐다는 말'은 반드시 정정돼야 한다"며 "법의학자로서 '반백골화'나 '백골화 80% 진행'이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중석 원장은 또 "그제 유 전 회장 시신을 인계받아 근육에서 시료를 채취해 하루 만에 신원 확인을 했다"며 "뼈와 근육 조직이 그대로 유지됐고 피부만 부패한 것을 백골화 진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에 따르면 사망 뒤 신체 단백질이 각종 가스로 화학적 작용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부패가 진행되고, 벌레와 야생 동물이 시신을 일부 훼손한 것은 '사후 손괴'이지 근육과 연조직, 장기가 거의 다 사라진 백골화로 볼 수 없다는 것.{RELNEWS:right}
결국 경찰이 부패가 심하게 진행됐다는 이유만으로 백골화 80%라고 단정하고 근육 조직이 아닌 엉덩이 뼛조각을 국과수로 보내면서 40일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 에둘러 비판한 말이다.
전남 순천경찰서가 유 전 회장 시신을 발견해 놓고도 이를 단순 변사 처리하면서 '백골화가 심하다'고 보고했고, 이성한 청장도 이를 그대로 전달하면서 공개 석상에서 망신을 당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