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선수가 친 파울볼에 맞은 여대생이 두개골 골절 등 중상을 입어 앞으로 1년간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하지만, 사고와 관련해 롯데 자이언츠 구단 측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논리로 적극적인 사과나 사고 재발방지에는 손을 놓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울을 보기 무서워요. 이게 내 모습 맞나요? 그저… 야구를 좋아했을 뿐인데…"
꽃다운 스무 살 대학교 1학년.
A 양의 시계는 7월 24일 오후 6시 40분, 멈춰버렸다.
수술을 위해 탐스럽고 긴 머리는 깍였고, 머리에서 귀까지 내려오는 이마에는 한 뼘이 넘는 굵은 상처가 남았다.
40여 개 넘게 머리에 박혀 있는 핀은 밤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괴롭힌다.
그저 야구가 좋아 야구장을 찾은 한 여대생이 파울볼에 맞는 봉변을 당해 하루아침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병실 신세를 지게 된 것.
평소 롯데 자이언츠 팬이었던 A양은 6시 40분쯤, 친구 3명과 함께 부산 동래구 사직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1루 쪽 객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던 A양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운동장에서 날아 들어온 파울볼에 왼쪽 눈 옆을 맞은 것이다.
코와 입에 출혈이 계속되던 A양은 119구급차로 인근 개금 백병원으로 옮겨져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진단을 받고, 장장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했다.
죽음의 고비를 넘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앞으로 1년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고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후유장해와 뇌출혈의 여파로 간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두개골 개봉 수술을 하느라 머리에 박힌 40여 개의 핀 자국 또한 가슴의 상처로 그대로 박혔다.
부산의 한 대학 경영학도 1학년, 앞으로 회계사가 꿈인 누구보다 밝은 성격을 갖고 있는 딸의 모습에 부모 마음은 무너진다.
"앞 머리카락을 절반 이상 밀고, 머리에 핀이 박힌 자신의 모습에 딸아이가 너무 힘들어합니다. 이날 오전에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들뜬 마음으로 야구장에 갔었는데, 이렇게 돌아오다니…. 그저 통탄할 따름입니다."
딸 앞에서 애써 씩씩한 모습을 보였던 A양의 어머니는 안쓰러운 자녀의 모습에 가슴을 쳤다.
무엇보다 속상한 것은 롯데 자이언츠 구단 측의 대응이다.
사고가 난 이후 A양의 아버지 B 씨는 수차례 롯데 측에 사고 경위와 현재 A양의 상태에 대해 항의를 했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번 없었던 것.
B 씨가 롯데 구단 측에 딸의 수술 뒤 사진을 보내자 그때야 롯데 측은 "A양의 상태를 직접 보고, 치료 계획 등을 들어보겠다"는 성의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B 씨는 "야구장은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안전하게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찾는 것"이라며 "하지만, 대기업인 롯데 측이 이같은 사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듯 대응하는 모습에 분노를 넘어서 허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자이언츠 측은 "야구장 내에서 파울볼 등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구단 측이 배상해줄 법적인 책임은 없고, 관람객의 과실도 있다"며 "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갖고 A양의 경과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야구장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최대 3백만 원한도 내에 보상하는 체육시설업자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
하지만, 전국 여느 구단보다 두꺼운 팬덤을 갖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측이 야구장 내에서 선수가 친 공에 의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앞으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행보 대신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