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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

    잇따른 보신주의 질타에 은행권 '속앓이'

    "정책 부응해야하지만…부실 대출 우려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잇따라 지적하고 나서자 은행마다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부 은행은 감정이 묻어나는 '보신주의' 단어에 내심 당황해하면서도 '창조경제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동안 담보능력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인색했던 은행들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상품을 가장 먼저 내놓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기업의 기술경쟁력과 사업화 역량 등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기술평가 우수기업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신용등급이 BB이상이면 최고 10억 원까지 운전자금이나 시설자금을 빌려준다. 기술신용평가기관(TCB)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최대 연 0.2%포인트까지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TCB로부터 좋은 등급을 받으면 기술력 만으로 전체 금액을 신용대출 형태로 빌릴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7일 '하나 중소기업 행복나눔대출'을 내놨다. 자금이 부족한 영세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을 위한 상품으로 담보가액의 최대 1.6배까지 돈을 빌려준다. 금리는 연 4% 초반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또 이달 안에 최근 조성된 42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활용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첫 투자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존 담보 중심의 중소기업대출 관행에서 탈피해 기술력과 사업화 역량 등을 바탕으로 한 대출을 더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NH산업단지대출'을 선보였다. 우대금리를 포함하면 최저 연 3.69%로 대출받을 수 있다.

    금융권 보신주의 지적에 따른 영향으로 은행권의 하반기 채용문도 확대됐다.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뽑은 은행이 2곳뿐이었지만 하반기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등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채용 문을 확대한다.

    지난해 하반기 16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던 KB국민은 올 하반기 120명을 늘려 280명을 뽑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50명 늘어난 21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하반기 200명을 뽑았던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25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상반기에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던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하반기 각각 최대 150명, 2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정부의 '금융권 보신주의' 관행 질타와 창업·혁신기업 대출 확대 독려에 따른 후속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은행권 보신주의'를 질타하고 나선 뒤 대출 확대 압력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는 뒤로 밀리는 형국이다.

    정부당국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다가 자칫 부실대출의 뇌관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기에 중소기업 기술평가를 비롯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 조치들이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은행 연구소 관계자는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 조치들은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중소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금융권 보신주의' 논란은 특히 대기업과 담보 위주의 금융권 대출 영업 관행을 질타한 것이다.

    그러나 은행권 일각에서는 이윤 창출을 위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야하는 금융의 속성을 무시한 지적이라는 항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STX·동양·동부 등 잇따른 대기업 부실사태로 기업 여신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은행들로서는 보신주의 지적이 또 하나의 부담이 되고 있다.

    은행들에 대한 질책과 함께 관련 금융정책의 혁신과 금융당국의 일관성있는 감독이 병행돼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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