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군대 내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으로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모병제가 시행될 경우 지원해서 직업으로 군대를 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혹행위 문제나 폭력행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얘기가 나도는데 이는 참으라는 것인지 참지 말라는 것인지 답이 없다는 얘기가 나돌지만 정답은 군대를 가지 않는 것이다. 군대를 가지 않으면 윤 일병처럼 맞아서 죽을 일도 임 병장처럼 총기를 난사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난 뒤 인터넷에서 '입영거부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모병제 청원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군 가혹행위 근절, 왜 모병제가 대안인가?"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모병제가 실시되면 군대 내 가혹행위가 사라진다는 것이냐?= 그 점에 대해서는 군 내부나 외부 정치권 할 것 없이 의견이 일치한다.
모병제는 스스로 원해서 군대 지원하는 것이니까 의무적으로 가는 군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진호영 예비역 공군 준장은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 모병제가 직접적인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병제로 가게 되면 이런 군 내 가혹행위는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앤디포커스 김종대 편집장은 "선진국들도 군대 내 가혹행위가 발생하면 대안이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면서 "징병제는 병력을 공짜로 주는 것이다. 병력을 공짜로 주니까 필요 없는 부분에까지 낭비가 심하다. 모병제로 가면 병력 낭비할 수 없다. 그러면 군 운영이 선진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모병제를 실시하면 강군이 되는 건 맞다. 윤 일병 사건이나 임 병장 사건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직업으로 선택해서 가는 것과 끌려가는 건 근본적으로 다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모병제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군 부사관 출신인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모병제로 가는 게 맞다"면서 "남북대치나 예산확보의 문제가 있지만 훌륭한 직업으로서의 군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모병제로 가야한다"면서 "국방개혁차원에서도 모병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므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모병제가 되면 어떤 장점이 있는 거냐?= 2년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모병제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모병제 문제가 관심을 끌었다.
모병제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많은 장점 중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군 내 가혹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군인 전체가 직업 공무원이 되므로 구타나 가혹행위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군 조직력이 강화되고 인권침해 논란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과 러시아가 모병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직접적인 계기가 군대 내 가혹행위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여정부시절 '모병제 전도사'로 불렸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모병제가 실시되면 정예강군을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변양균 전 장관은 "북한이 100명 삽 들고 땅 판다고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게 징병제라면, 모병제는 1명이 삽 대신 포클레인 갖고 땅 파자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우리나라가 육성해야 하는 건 인력위주의 군대가 아니라 북한군에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 첨단 기술 군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첨단. 기술 중심의 정예병을 육성하면 북한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양질의 직장을 젊은이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경찰관이나 소방관 모집에 엄청난 지원자가 몰린다. 군대도 경찰관이나 소방관처럼 대우하고 지원자로 뽑는다면 양질의 직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변 전 장관은 "현재의 군대는 가기 싫어도 할 수 없이 끌려가야 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힘 있고 빽 있는 사람은 군대에 안가는 구조"라면서 '이런 상황보다는 양질의 일자리 수십만 개가 생기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모병제가 시행되면 사회적 논란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병역비리니 종교적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니 남녀차별이니 하는 논란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병제 전환'은 선진국 대부분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시대흐름에 적합한 새로운 안보전략이자 일자리 창출 정책"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모병제 전환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 그렇게 장점이 많은데 왜 모병제 실시가 안 되고 있는 건가?= 아무래도 분단으로 인한 남북 간 대치라는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모병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력을 줄이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과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텐데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감당이 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문제다.
먼저 남북 대치 때문에 안 된다는 건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군대는 숫자가 많다고 강한군대가 아니다. 특히 현대전은 백병전이 아니라 첨단무기가 승패를 좌우한다.
단적으로 휴전선 155마일을 수만 명의 병사들이 일일이 감시해야만 하는 걸까? 변양균 전 장관은 "열적외선 카메라, CCTV면 다람쥐 한 마리까지 감지 가능하다"면서 "그게 첨단 기술 정예군'이라는 것이다.
진호영 예비역 공군준장은 "휴전선에 배치된 병력을 빼고 과학화 시킨다면 육군을 1/2로 줄일 수 있고 부대도 감축한다면 지금의 절반규모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은 "전 세계적인 추세가 모병제라면서 필요한 부대를 줄이면 병력감축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우리 군에 대령이 3천여 명인데 이 중 전투부대(일선 연대장이나 작전참모 등)에 배치된 대령은 300여명에 불과하고, 대령의 40%가 '장포대'(장군진급을 포기한 대령의 줄임말)라면서 이런 비계살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 병력 감축이 가능하다는 얘긴데 왜 줄이지 못하는 거냐?= 지금의 국군 63만 명은 지나치게 많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지만 군의 실세인 육군이 가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를 '육방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육군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육군이 왜 병력감축에 반대하느냐 하면 육군의 힘이 병력 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군의 현대화 첨단화를 얘기하면 육군은 줄이고 해군과 공군력은 증대하는 걸 말한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승리했다. 당시 미군은 18만 명이었고 이라크군은 120만 명이었다. 현대 전쟁이 병력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만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228만 명의 중국군을 상대하고 있지만 그 병력은 2012년 현재 27만5,000명으로 중국군의 10% 남짓이다. 대만도 1990년대에는 50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병력을 줄이면서 2017년까지 모병제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진호영 예비역 장성은 "병력 줄이는 건 육군이 반대한다"면서 "병력 수가 줄어들면 부대수가 줄고 장군 수가 줄고 그래서 기득권이 줄어들기 때문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예산부담이 증가하는 것 사실 아닌가?= 그런 우려가 많다. 단순 계산으로 연간 5조원 이상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병사들의 급여가 연간 7천억원인데 이를 모병제로 전환해 30만 명으로 갈 경우 연봉 2천만 원을 지급한다면 연간 6조원이 필요하다"며 "5조3천억 원의 추가 부담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계산은 단순계산으로 장교나 부사관 수를 고려하지 않는 계산이다. 전체 병력을 30만 명으로 할 경우 장교와 부사관 수가 대폭 줄어들게 되므로 그에 따른 감소분이 발생한다. 2014년 장교 정원이 71,846명으로 급여가 3조 7402억 원에 이른다. 특히 장성이 441명에 이른다.
장성과 영관급 등 고급간부의 군살을 빼고 부대를 줄여 운영비를 대폭 감축하면 인건비의 추가적인 부담은 별로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모병제 시행을 예산의 문제, 돈의 문제 이런 걸로 따지지만 예산처 장관을 지낸 자신이 볼 때 추가 증세 없이도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모병제 시행 정도로 세금을 더 내야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재정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 전 장관은 "예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데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서 "단순히 인건비가 문제 많은 건 아니다. 첨단군대 기술군대로 가기위한 투자비로 계산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군대 효율성으로 인한 예산이 절감되는 부분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변 전 장관은 그러면서 "모병제 시행문제를 두고 인건비 때문에 예산이 과다하게 들 것이라는 주장은 모병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진호영 예비역 장성은 "현재의 예산으로도 모병제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병력을 절반으로 줄이면 부대감축 고위간부들의 감축으로 운영유지비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남는 운영유지비로 군대를 과학화 현대화 한다면 충분히 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갑 기획재정부 국방예산과장은 "국방예산은 전체예산의 10%인 35.7조이고 이 중 인건비가 41%가 넘는 14.8조"라면서 "모병제 전환으로 예산이 어느 정도 추가로 소요 될 지는 군대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지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이 지금보다 어느 정도 증가할지 예측하기 전에 병력을 어느 정도 줄일 것인지 또 군 현대화 과학화를 어느 수준으로 끌어 올릴 것인지 먼저 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올해 국방예산은 35조7,057억 원(일반회계)이고 이 중 유지하는 비용 즉, 병력운영비(인건비+급식비+피복비)가 약 14조8,000억 원으로 41.4%, 시설과 장비를 유지보수하고 장병을 교육 훈련시키는 전력유지비가 29.1%, 각종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방위력개선비가 29.4%(10조5,097억원)를 차지한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군 가혹행위 근절, 왜 모병제가 대안인가?= 앞서 설명을 했지만 지금의 군대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얘기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이런 군대를 언제까지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정신교육으로 해결될 문제였으면 오래 전에 해결됐을 것이다.
어제(11일)도 28사단 소속 병사 2명이 휴가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군 사법제도 개선 중요한 문제다. 그것만 바로잡으면 군대 내 가혹행위나 군대 내 부조리를 상당부분 개선할 것이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군대를 원하는 사람이 가도록 바꾸는 것이다. 동시에 군대를 젊은이들이 서로 가고 싶어 하는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관이나 소방관들이 가혹행위로 사망하거나 그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나?
(자료사진)
변양균 전 장관은 "군대는 급식, 피복, 숙소, 의료 등이 지원되기 때문에 급여의 효율성이 높고 또 모병제로 인해 숙련된 자원을 확보하면 그로인한 예산절감도 크다"면서 오히려 "군에 지원하는 병사들의 대학교육문제나 제대 후 취업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여러 사회제도와 연계되는 부분에 대해 검토할 게 많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병제를 추진하는 시민모임을 만들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모병제로 가야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주변에 물어보면 시기상조라는 사람들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병제가 답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우리 군이 현재 보유한 무기 중에는 30년이 지난 무기들이 적지 않다. 이런 무기체계로 강한군대라고 할 수 있겠나? 어차피 군의 현대화, 첨단화, 과학화는 가야할 방향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모병제에 대한 사회공론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대군이 강군이다'는 인식은 바꿔야 한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도 군대는 20만 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군은 우리 군보다 세배 정도의 전력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한다. 미군이 모병제이지만 세계 최강의 군대라고 평가를 한다. 병력이 많아야 강군이 되는 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