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제주 해저터널 계획이 불거지고 있지만 제주도는 논의 자체에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21일 이낙연 전남지사가 "전남 목포와 제주를 잇는 해저고속철도를 국가적 아젠다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원희룡 제주지사는 "포스코 건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의미 없는' 논의이라는 입장이다.
전남 목포와 제주를 잇는 해저터널 계획은 지난 2007년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지사가 대정부 공동 건의문 발표를 통해 공론화됐다.
2007년 당시에는 제주도에서도 해저터널 계획에 대해 일시적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당시 6월 29일 제주광역계획수립에 장기적인 과제로 제시됐고, 7월 3일에는 도 정책 과제로 삼아 전라남도와 공동으로 추진키로 협의했다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어 제240회 제주도의회 제1차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도민과 약속으로 연륙교통 문제해결을 위한 해저터널 추진계획이 제시돼 논의가 이어졌다.
이어 9월 5일 박 지사와 김 지사가 제주~전남 해저터널 추진 대 정부 공동건의문 발표했다.
2011년 8월 제주도 정책연구기관인 제주발전연구원이 조사한 도민의식조사에서는 '도민 70.2%가 해저고속철도를 찬성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논의는 여기까지였다.
이후 제주 신공항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해저터널 문제가 논의 순위에서 밀려나 제주지역에서는 사실상 폐기된 정책이었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해저터널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제주신공항이 우선 필요하다는 도민 여론에 밀려 일부 논쟁만 일다가 시들어졌다.
결국 실현성이 불확실한 해저터널보다는 신공항 조기 건설에 시급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섬이라는 특성으로 관광산업이 발전한 제주도 입장에서는 독특한 관광자원은 사라지고 전라남도 부속 섬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일었다.
최근에는 중국 국영회사가 제주~목포 해저터널사업 투자 의향을 밝혔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와 국가기간사업에 대한 중국투자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전라남도 정치권에서는 제주를 잇는 해저터널 계획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박준영 전 지사에 이어 이낙연 지사도 이날 언론 간담회를 통해 "목포-제주 해저고속철도 사업은 국가균형발전과 경제 재활력 차원에서도 좋은 출구전략이다"라며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17대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전남의 이 같은 주장은 제주를 연결해 남해안 물류벨트를 확대하고 특히 중국 관광객을 남해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중국 관광객은 서울 수도권과 제주도에 집중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관광업계는 이 같은 생각에 대해 반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부족한 항공권을 고려하면 필요할 수 있지만 섬이라는 독특한 관광메리트를 상실하게 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현재 최소 1박을 해야 하는 제주관광이 당일 관광지로 전락할 경우 관광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현재 과도한 물류비용을 고려할 때 제조업과 1차 산업 측면에서는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원희룡 지사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이날 원 지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근 불거진 해저고속터널 계획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확인결과 국토부도 사실 무근으로, 포스코 건설도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에서 지자체 의견을 듣고 있고 결론이 안 났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제주국제공항의 포화시점이 당초 보다 1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조만간 국토부의 용역 결과가 발표된다"며 제주공항 건설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가 연말에 확정하는 '제3차 국가철도만 구축 기본계획'에 '목포-재주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포함시킬지 주목되지만 제주의 입장은 분명한 것 같다. '현재 논의는 의미 없다'
한편 목포-제주 해저고속철도는 해남과 보길도까지 18km는 다리를 놓고 보길도에서 제주도까지 85km는 해저터널로 건설하는 방안이다.
현재 영-불 해저터널은 50km, 일본 세이칸터널은 55km 길이로 완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