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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미국의 공휴일



미국/중남미

    예측 가능한 미국의 공휴일

    • 2014-09-10 10:13

    [미국은 지금]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이번 추석 연휴는 꽤 길었다. 희비가 엇갈리긴 했어도 올해 처음 도입된 대체 휴일이라는 '덤' 덕분에 귀성, 귀경길 부담이 좀 줄었을 듯싶다. 긴 연휴를 이용해 가족끼리 특별한 여행에 나선 경우도 상당히 있었을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있어 휴일, 특히 공휴일은 참 달콤하다. 주중에 공휴일이 끼어 있으면 그 한 주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나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누구나 새해 달력을 받아들면 으레 '빨간날' 먼저 점검하게 된다. 어쩌다 긴 연휴가 잡히면 환호하고 '빨간날'이 도무지 눈에 잘 띄지 않을 때는 탄식을 하곤 한다.

    미국에 온 지 6개월여 동안 이곳의 공휴일을 몇 번 경험했다. 대통령의 날, 현충일(메모리얼데이), 독립기념일, 그리고 노동절… 미국에 살지만 주로 한국 일정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여건상 아직 이곳 공휴일이 그렇게 반가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공휴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당일에서야 안 적도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공휴일을 정말 즐기는 모습이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의 경우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바베큐와 소시지를 굽고 저마다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며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운다. 밤에는 여기저기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독립'이라는 특별한 날인 만큼 충분히 축하하고 즐기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좀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날은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다. 전쟁에서 숨진 병사들을 추모하는 날로 우리의 현충일과 같은 날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물론 알링턴 국립묘지에서는 추모식이 엄숙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미국 전역의 분위기는 떠들썩하다.

    주요 도시 곳곳에선 시민들의 환호 속에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주민들은 가까운 공원에 모여 바베큐 파티를 벌인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수영복 차림으로 물놀이를 하는데 미국인들은 이날을 여름의 시작으로 받아 들인다고 한다.

    노동절(9월 첫 번째 월요일)도 그렇다. 노동절은 지난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벌인 총파업을 기념하는 날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하지만 그 유래가 된 미국은 엉뚱하게 9월 첫 번째 월요일을 노동절로 지내고 있다.

    올해는 최저 임금 인상 등 노동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그렇다고 대규모 노동자 집회가 열린 것도 아니다. 대신 미국인들은 이날을 여름의 마지막 날이자 가을의 첫날로 여긴다.

    긴 여름 방학을 마친 학생들은 새 학기를 준비하고 직장인들 역시 여름 휴가를 마무리 짓는 날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공휴일을 경험하면서 느낀 중요한 것은 이들 공휴일이 한결같이 예측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독립기념일이나 성탄절처럼 날짜가 지정된 공휴일도 있지만 대부분 '몇 월 몇 번째 무슨 요일(거의 월요일)'로 정해져 있다. 그것도 시기적으로 골고루 배치돼 있어 주기적으로 누구나 사흘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여행 계획도 오래전부터 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때 이들은 왜 기억하기 쉬운 날짜보다 '몇 번째 무슨 요일'로 공휴일을 정하는지 의아했지만 겪어보니 합리적인 방식이다.

    물론 나라 마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른 만큼 공휴일을 정하고 기념하는 방식 역시 다양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새해 달력을 들춰 봐야만 연휴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그것도 해마다 들쭉 날쭉하다면 여가 활동은 계획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흔히 선진국은 예측 가능한 사회라고 한다.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공휴일 체제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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