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타결한 뒤 합의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야가 지난달 30일 8시간 동안의 마라톤 협상을 벌여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했다.
8.19 2차 합의안을 토대로 여야가 4명의 특검후보를 추천하면 특검추천위원회가 이중 2명을 뽑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도록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확히는 단원고 출신 희생자 유가족들은 여야의 3차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에 대해 반대한다며 공식 거부했다.
야당이 유가족도 특검 추천에 참여시키겠다고 했으나 정작 합의안에서는 유가족을 배제했다는 게 유가족의 거부 이유다.
합의안 내용을 보면 '특검 후보 선정 시 유족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한다'로 돼있다.
'유가족을 특검 추천 과정에 참여시킬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완강한 거부 입장에 막혀 새정치연합이 유가족 달래기 차원에서 이런 문구를 합의문에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오전 이완구 대표는 박영선 대표와 전명선 유가족대책위원장과의 50분 동안의 설전에서도 유가족을 협상에 참여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야당에 협상의 전권을 부여하느냐며 유가족들을 다그쳤다.
TV를 통해 생중계된 상황에서 유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새누리당으로선 가해자를 조사하는 법을 만들면서 피해자에게 수사기소권은 물론이고 특검 추천권을 줄 수 없다는 논리로 유가족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절했으나 유가족들은 여당이 추천한 특검으로는 중립성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한다.
여야가 2차, 3차 합의안을 근거로 세월호 특별법을 이달까지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 새정치연합 내의 강경파들도 유가족들에게 동조할 가능성도 있다.
유가족들과 일부 야당 의원들은 '유가족 참여를 추후 논의하기로 한다'는 합의문을 내세워 유가족의 특검 추천 참여를 명문화하자고 나설 공산이 크다.
따라서 여야가 세월호법의 문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 167일 만에 입법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가 국회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세월호 참사 관련법은 정쟁의 대상이 돼버렸고,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겪었다.
국회가 36일 만에 정상화될 정도로 여·야 대립이 그 어떤 법 제정 때보다 극심했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려는 야당과 유가족들의 입장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강경파들에 막혀 한 발짝도 못 나갔고, 특검 후보 추천에 유가족들의 참여 문제도 추후 논의로 남겨뒀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유가족들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세월호 특별법 합의라고 비판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라고 말한다.
정치란 윷놀이의 모도처럼 두부 자르듯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을 해야 하며 협상이란 상대가 있는 일종의 게임이라는 논리다.
한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협상하는 순간부터 정쟁의 제물로 변했고 양보와 타협을 해야 하는 산물에 대해 유가족들이 서운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야당의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이 추인되자 새누리당은 아주 흡족해했고, 야당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추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의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한 데 대해 수고했다"며 그동안의 노고를 평가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영선 원내대표가 유가족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정국 정상화를 위해 결단을 한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