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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지도자 없어 오히려 위력…홍콩 풀뿌리시위의 힘

국제일반

    뚜렷한 지도자 없어 오히려 위력…홍콩 풀뿌리시위의 힘

    • 2014-10-01 15:55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는 뚜렷한 지도자가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점이 오히려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분석했다.

    이번 시위는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들의 판단대로 행동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처음 민주 선거에 대한 열망은 학자들과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단체들을 통해 구체화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처음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 거리를 막은 것은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 여러 목소리였다.

    이들의 요구는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과의 직접 대화부터 렁 장관의 즉각 사임, 중국 중앙 정부의 양보까지 다양했다.

    홍콩 휴먼라이츠워치의 연구원인 마야 웡은 "이번 시위의 강점은 분권화됐다는 점"이라면서 "따라서 지도자를 체포하는 것으로는 이들을 진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지도부가 없지만, 시위는 매우 질서정연하고 예의 바르게,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낮에는 대학생들과 은퇴자들, 시위에 동조하는 상사로부터 휴가를 받은 중산층 사무직 노동자들이 시위에 참여한다.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적 구성이 복잡해진다.

    학생들은 거리에서 숙제하기도 하고 밤에는 스티로폼이나 신문을 덮고 노숙을 하지만 아침에는 샤워하러 집에 돌아가기도 한다. TV 화면에 아직 시위대 규모가 줄어들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아침에 나오는 이들도 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빌리 찬(21)은 아침에 집에 가면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보통 시민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깨끗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산혁명'에 참가한 많은 사람은 경찰이 다시 진압에 나서거나 시위가 흐지부지해지는 식으로 이번 시위가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라는 안내문을 내걸거나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는 등 위생과 좋은 태도에 신경 쓰는 것은 단순히 홍콩인들의 깔끔함을 반영하는 것 이상이라고 시위대들은 설명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돕던 의대생 찬 사우-칭(21)은 "우리는 이 시위에서 우리의 시민의식과 민주적인 정부를 갖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라면서 "이런 청소는 작은 일이지만 모든 홍콩시민이 가져야 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없이도 시위대들은 스마트폰과 온라인을 통해 시위를 꾸려나가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인 왓츠앱(Whatsapp)을 통해 시위 지역 주변에 설치된 응급 치료 시설에서 구할 인력이 모집됐고, 페이스북 페이지와 구글 문서를 통해 과자, 생수, 마스크, 우산 등 시위에 필요한 용품 목록을 올려 구호품을 모으고 있다.

    또 트위터와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에는 이번 시위를 상징하는 우산 사진과 시위 지지 메시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가 없는 시위가 얼마나 계속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마야 웡은 "이 시위의 약점은 물론 상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혼란과 분열이 생길 가능성"이라면서 "지금까지는 놀랍도록 잘 진행됐지만, 더 계속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위대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지도부가 없는 만큼 중국 정부가 시위대에 타협을 제안한다 해도 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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