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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 찬반세력 충돌…정부-시위대 대화 무산

  • 2014-10-04 09:42

시위대 포위로 정부청사 하루 폐쇄…중국, 비난 공세 강화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3일(현지시간) 정부청사를 포위하면서 정부가 청사를 하루 동안 폐쇄했다.

또 홍콩 내 친중(親中) 성향 단체 등이 시위대의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시위 참가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정부와 학생 대표 간 대화 시도마저 무산됐다.

중국 관영언론이 홍콩 시위를 일제히 비판하는 등 공세를 강화한 가운데 일부 시위대는 폭력 사태의 배후 세력으로 중국 정부를 의심하고 있어 홍콩 내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시위대 정부청사 주변 봉쇄…청사 하루 폐쇄

홍콩 정부는 시위대가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에 있는 정부청사와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행정수반) 판공실을 둘러싼 채 경찰과 대치하면서 청사 진입로가 차단됨에 따라 청사를 일시 폐쇄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렁 장관도 이날 청사로 출근하지 않고 센트럴(中環)에 있는 자신의 관저 예빈부(禮賓府)에서 오전 주요 공직자와의 정례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시위대의 도심 점거가 엿새째 이어지면서 정부는 센트럴과 완차이(灣仔) 등 홍콩섬 서부지역 학교의 휴업을 4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오전 정부청사 등을 포위한 시위대에 가능한 한 빨리 떠나라고 촉구한 데 이어 정부도 저녁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시위대의 행동은 극단적으로 비이성적이며 비인간적인 불법 행위일 뿐 아니라 거의 완전한 무정부 상태에 가깝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법에 따라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피터 매시슨(馬斐森) 홍콩대 교장(총장)과 선쭈야오(沈祖堯) 홍콩중문대 교장은 나란히 정부청사 부근 타마르 공원을 찾아 학생들에게 평화로운 시위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제해커조직 어나니머스는 홍콩 정부의 최루탄 사용에 대한 항의 표시로 친중 성향 정당인 '홍콩개선을 위한 민주동맹'(DAB)과 도심점거를 주도한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이하 센트럴 점령)의 홈페이지를 공격해 마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 중국 비난 공세 강화…친중단체 파란 리본 캠페인

2일부터 일제히 홍콩 시위에 대한 비난전의 포문을 연 중국 관영언론은 이날 비판 수위를 높이며 여론 공세를 이어갔다.

관영 신화통신은 "일부 사람들이 진정한 보통선거 쟁취를 명목으로 홍콩을 어지럽히고 불법 집회를 선동하고 격렬한 거리시위의 방식으로 중앙정부를 물러나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한 인민일보(人民日報) 평론원의 고문을 소개했다.

중국경제망(中國經濟網)은 홍콩의 센트럴 점령 시위가 관광업에 타격을 줌으로써 황금연휴에 막대한 경제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홍콩 내 친중 단체들은 2일 '인터넷 대연맹'을 결성하고서 시위대의 '노란 리본' 운동에 맞서 '파란 리본'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시위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몽콕(旺角) 등에서는 시위대와 친중(親中) 세력 간 충돌로 여러 명이 부상했다.

친중 시민단체인 '센트럴 점령 반대' 회원 100여 명은 이날 저녁 몽콕에서 학생 시위대에 욕설을 퍼붓고 플라스틱 물병 등을 던졌다. 친중파는 취재 기자와 경찰에게도 물병을 던져 기자가 맞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마스크를 쓴 건장한 청년들이 나타나 시위대를 폭행하면서 충돌이 격화됐다. 학생들은 친중파 회원에게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는 시위대의 사진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 나르고 있다.

고급 쇼핑센터가 밀집한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에도 얼굴에 마스크를 끼고 검은 티셔츠를 입은 청년 수십 명이 나타나 시위대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시위대, 정부·학생 대화 취소 가능성 경고

친중파와의 충돌로 시위 참가자 여러 명이 다치자 학생 시위대는 정부와의 대화 노력을 전격 중단했다.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HKFS)는 "정부와 경찰은 삼합회(三合會·중국계 국제범죄조직)로 의심되는 단체와 친중 성향 단체가 평화적인 시위대를 공격한 것을 눈감았다"며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한국 총리격)과의 대화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학련은 폭력을 행사한 이들의 배후로 렁 장관을 의심했다. 일부 시위대는 중국 정부가 폭력을 행사한 이들을 고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렁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람 사장과 학생들 간 대화를 제안했고 학련은 대화의 TV 생중계를 요구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수 40여 명은 몽콕에서 평화적인 시위대에 가해진 폭력을 비난하는 청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찰에 가해자 체포를 주문하고 정부에는 사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민의 민주적 요구에 즉각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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