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정부가 제7홈쇼핑을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그런데 제7홈쇼핑 설립을 두고 특혜논란이 이니까 아예 100% 공영제를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중소기업청과 농림수산식품부를 중심으로 100% 공영 제7홈쇼핑을 설립해서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 제품을 판매하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그렇지만 100% 공영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제7홈쇼핑' 100% 공영제, 왜 꼼수 논란이 이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권영철의 Why뉴스 전체듣기]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유뷰트 영상 화면 캡처/자료사진)
▶ 제7홈쇼핑 설립이 확정된 건가?= 아직 구체적인 설립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이미 내년 개국을 목표로 제7홈쇼핑을 설립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제7홈쇼핑은 100% 공영제로 민간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다. 제6홈쇼핑인 홈앤쇼핑이 자본금 1,000억 원으로 설립됐는데 제7홈쇼핑은 이보다 낮은 500억 원에서 700억 원 정도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7홈쇼핑은 농림수산식품부와 중소기업청이 주도할 예정인데 서로 주도권을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8월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공영 홈쇼핑 채널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제7홈쇼핑을 설립한다는 건 확정적이고 내년 초 쯤 구체적인 설립방안이 발표되고 늦어도 내년 안에 개국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왼쪽),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료사진)
▶ 미래부가 처음에는 제7홈쇼핑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 아니었나?= 그랬다. 7월까지만 해도 미래부에서는 제7홈쇼핑 설립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제6홈쇼핑이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6개 홈쇼핑만으로도 과잉경쟁을 벌이는 데 제7홈쇼핑 설립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8월 들어 입장이 바뀌었다. 제7홈쇼핑을 설립해서 벤처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팔면 그게 창조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가 등장하더니 미래부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제7홈쇼핑이 창조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가 나오면서 미래부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 등에서 제7홈쇼핑 설립을 압박했고 미래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위에서 내리꽂는 탑다운 방식으로 내려오는 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당초 미래부는 7홈쇼핑 신설에 부정적이었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급하게 발표한 것에 대해 의혹이 있다"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사전 논의 없이 미래부가 일방적으로 홈쇼핑 신설 추진을 발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 제7홈쇼핑을 100% 공영제로 설립한다는 거냐?= 정부의 방침은 그렇다. 민간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하고 100% 공영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농협이나 수협이 참여하고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참여하는 방안 그리고 미래부의 우정사업본부가 참여하는 그런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도지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00% 공영제로 설립하는 것이 기본 목표"라면서 "민간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참여 의지를 보이는 민간사업자가 많지만 이익을 중시하다 보면 제7홈쇼핑도 마찬가지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공영의 취지를 살려나가는 쪽으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 왜 민간참여를 배제하려는 것이냐?= 아무래도 특혜논란이 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7홈쇼핑 설립이 거론되면서 벤처기업협회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사람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정권차원의 특혜논란이 일었다. 종편사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들도 나왔다.
그래서 정부로서는 이런 논란을 차단하고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전문 홈쇼핑을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제7홈쇼핑은 기존의 홈쇼핑업체와 채널이나 송출경쟁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 전문 유통업체로 설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회장 (사진=벤처기업협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정부가 왜 제7홈쇼핑을 설립하려는 거냐?= 사실 정부가 왜 제7홈쇼핑을 설립 하려는지 그 의도나 목적은 명확하지 않다. 정부의 공식적인 이유는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공영 홈쇼핑 채널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공식입장보다는 다른 설립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7홈쇼핑은 박근혜 정부 출범초기부터 청와대를 중심으로 거론됐다는 점이 의문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7홈쇼핑 설립에는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청이 가장 적극적이지만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남민우 위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벤처기업협회가 사실상 주도해왔다.
남민우 위원장과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지만 사의를 표명한 황철주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그리고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이사장(황철주)과 임원(남민우, 한정화)을 지냈다. 남민우 회장이 제7홈쇼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들도 나돌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대외적으로는 제7홈쇼핑 설립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논리적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 제7홈쇼핑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특히 제7홈쇼핑이 창조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정부를 움직였다.
벤처기업협회에서 만든 자료를 확보했는데 TV홈쇼핑이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광고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TV 홈쇼핑은 오프라인에 판로기반이 없는 초기 중소기업의 소비재 제품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시장에 정착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라는 점과 "TV 홈쇼핑 진출을 통한 성공사례들을 살펴보면, 「TV 홈쇼핑을 통한 판매 및 홍보 → 오프라인 진출 → 브랜드 구축 및 관리 → 오프라인 판매망 확대 및 지속성장 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음을 알 수 있음"
"TV 홈쇼핑은 단순히 온라인상에서의 직접적인 홍보와 판매의 기능에 그치지 않고, 내수 및 해외 오프라인으로의 확장 기능을 수행하고 이는 초기 중소기업 및 혁신제품의 약점(시연을 통한 소비자 홍보의 필요, 신속한 시장진입의 어려움)을 가장 이상적으로 보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는 바로 이 벤처기업협회의 논리와 같다.
그리고 농식품부에서는 "그간 농수산물은 생산에 비해 유통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며 "새로 생기는 홈쇼핑은 농산물 홍보·판매에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가공식품, 농촌관광상품 등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이루는 데 있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왜 100% 공영제가 꼼수라는 논란이 이는 거냐?=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도 정부가 직접 홈쇼핑을 운영하는 사례는 없다고 한다.
100% 공영제로 운영하겠다는 건 수익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기업체를 만들면서 수익을 내지 않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홈쇼핑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 론칭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중소기업 혁신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 제품은 비싼 광고료와 유통망을 갖추지 않으면 실패하는 구조라는 지적은 옳다.
그렇다고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홍보나 제품설명 수단으로서 공영 홈쇼핑을 운영하겠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도 농수산 식품 판매를 위해 지난 2001년 개국한 NS홈쇼핑이 있고 중소기업 전문인 홈앤쇼핑이 80% 이상의 중소기업 제품을 편성하고 있다.
제7홈쇼핑이 개국하면 농수산물, 중기제품 전용 채널이 총 3개로 늘어나게 되므로 중복투자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기존 홈쇼핑 방송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안정상 미방위 수석전문위원은 "홈쇼핑사들이 주로 황금시간대(=프라임시간대 오후 7시~11시)에는 중소기업 제품이 아닌 대기업 내지 대기업 계열사, 대기업 연관 기업 및 수입사들의 제품을 판매하고 시청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여타 시간대에 중소기업 제품들을 판매하여 1일 방송 량을 채워 주고 있다"면서 "결국 물건이 잘 팔릴 수 있는 시간대에 제대로 된 중소기업 제품들을 편성하도록 하는 방식의 개선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새로운 홈쇼핑을 만들겠다는 것은 불합리 하다"고 진단했다.
안 위원은 "진정한 의미로 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확대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현행 홈쇼핑방송에서 심각한 문제인 과도한 판매수수료 개선, 중소기업 방송 비율 확대, 프라임 시간대 중기제품 방송 확대, 중소기업에 부담이 큰 정액제 방송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오른쪽),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를 중심으로 제7홈쇼핑 설립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는 점도 제7홈쇼핑 설립에 정치적인 의도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그동안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주도해왔고 지난 2월에는 친박실세로 불리는 홍문종 의원실에서 '벤처기업협회 홈쇼핑 토론회'를 주최했다. 홈쇼핑 주무부처인 미래부에서는 반대했지만 기재부가 앞장서서 밀어붙였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제7홈쇼핑 설립이 박근혜 대통령 선거공신들을 위한 위인설관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중소기업 전문 채널은 홈쇼핑을 새로 허가할 때마다 나온 얘기 아닌가?= 그렇다. 1995년 홈쇼핑채널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중소기업전용 홈쇼핑이라는 이름으로 허가돼왔다.
지금의 CJ오쇼핑으로 이름이 바뀐 39홈쇼핑도 농식품부가 직접 주주로 참여했고 중소기업 전용 채널이라고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중기 전용 TV홈쇼핑으로 인가를 받은 우리홈쇼핑은 애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금은 롯데홈쇼핑이란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농수산홈쇼핑(NS홈쇼핑) 역시 처음에는 식품중심홈쇼핑으로 출범했지만 NS홈쇼핑으로 이름을 바꾼 뒤 다른 TV홈쇼핑과 다름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 또 2012년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으로 홈앤쇼핑이 출범했지만, 기존 채널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제7홈쇼핑에 미래부, 중소기업청,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시도지사협의회 등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 처음에는 중소기업과 농수산 전문채널을 주장하고 이를 반영하겠지만 다른 홈쇼핑채널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설립목적이 변질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홈쇼핑 업계나 방송가에서는 "'관치 홈쇼핑'이 될 게 뻔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제7홈쇼핑은 기존 홈쇼핑사의 비리를 근절하고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것을 중심으로, 공정한 중소기업제품 판로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관치 홈쇼핑'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고 반박한다.
한편, 농식품부와 중소기업청은 신규 홈쇼핑을 각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지난 9월 초 홈쇼핑 전담팀을 출범시켰고, 농식품부도 지난달 19일 농식품 홈쇼핑 추진협의회를 여는 등 치열한 막후 경쟁을 벌이고 있다.